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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중] 우리의 소원은 평화!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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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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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와 수령절대주의를 통일한 제3의 국가 지도 원리는 허상
'모든 통일은 善이다'는 무책임한 감성적 선동… '평화·번영'이 핵심 가치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우리의 소원은 통일', 남북 공동 예술 행사에 반드시 등장하는 노래다. 평창올림픽 때 북한 예술단의 서울 공연과 우리 예술단 평양 공연의 대단원을 장식했다. 우리 가슴을 울리는 곡이다. 파격적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12 미·북 정상회담 개최까지 확정되자 희망에 벅차 통일을 말하는 이들이 늘었다. 진보 진영의 좌장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대표적이다. 새 책 '변화의 시대를 공부한다'에서 그는 "낮은 단계의 남북연합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낙관한다.

남북연합은 '남북이 각자 헌법, 군대, 정부를 따로 갖춘 국가로서 교류 협력을 통해 점진적 통일로 가자'는 주장이다. 2000년도 제1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체결한 6·15 공동선언이 남북연합을 명시한 바 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 제안이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기로 합의했다. 작금의 한반도 해빙 분위기는 남북연합에 입각한 통일론을 전면적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하지만 교류·협력과 통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사안이다. 햇볕정책의 난파(難破)가 증명하는 그대로이다. 백 교수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감안하면, 그의 장밋빛 통일론이 정부의 무리한 통일정책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남북연합을 발전시켜 통일로 나아가자는 백낙청의 통일론에는 치명적 결함이 내재한다. 너무나 이질적인 남북의 두 국가이성(國家理性)을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와 북한의 수령절대주의를 통일한 제3의 국가 지도원리 따위가 있을 리 없다.

대한민국 시민들이 수령 김정은에게 복종하는 게 어불성설인 것처럼, 북한 인민들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따를 수 없다. 한반도 국제정치는 남북 어느 일방이 주도하는 통일을 구조적으로 막고 있다. 6·25전쟁은 남과 북 그 어느 쪽도 한반도의 단일 패권을 장악하기 어려운 한반도 특유의 지정학적 '단층선'을 증명했다. 미·중의 21세기 패권 경쟁으로 그 단층선은 더 선명해졌다.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에서 가열되고 있는 항행의 자유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그런 단층선의 존재를 실증한다. 결국 흡수통일과 적화통일 모두 불가능에 가깝다. 남북 국가 이성의 통합도 무망한 일이다.
 


그럼에도 미·북 국가 전략의 접점이 한반도 냉전 해체의 전망을 밝게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정은의 핵 포기와 함께 남북이 주권국가로서 상호 인정하고 미·중·러·일이 남북을 교차 승인하는 게 한반도 2국 체제이다. 통일이 아니라 평화 공존을 지향하는 2국 체제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질책도 있지만 헌법의 통일 조항이 한반도 현실 때문에 '중단'되어 있는 것을 감안해야만 한다. 최악의 인권탄압국 북한을 승인하면 북한 인민을 포기하는 셈이라는 비판도 날카롭다. 그러나 북한 사회의 불가역적 시장화야말로 북한 인민의 인권을 개선할 최적의 방안이다. 김정은이 북핵 폐기에 합의한 후 설령 몇 발의 핵을 감춰두어도 한반도 2국 체제의 거시적 균형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섣부른 통일 시도가 상호 궤멸의 대(大)참화로 이어진 비극적 경험은 6·25전쟁 한 번으로 족하다.

하지만 백낙청은 한반도 2국 체제가 "비현실적 탁상공론이며, 통일이 빠진 평화와 번영은 무의미하다"고 강변한다. 무엇이 통일이냐를 두고 다투지 말고 남북 간 교류를 진행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상호 교류와 통합이 충분히 진척되었을 때 남북이 만나 통일됐다고 선포해버리면 그것이 바로 '우리식 통일'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국가이성의 엄중함을 송두리째 외면한 비현실적 탁상공론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말과는 정반대로, 평화와 번영이 빠진 통일이야말로 무의미한 데다 위험천만한 기획이다.

한반도 2국 체제가 뿌리내려 남북이 교류하며 평화와 자유를 누린다면 같은 민족이 꼭 한 국가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처럼 현대 세계에선 1민족 2국가가 더 흔하다. 오랜 시간이 지나 미래의 남북 주권자들은 통일을 선택할 수도 있고 2국 체제 존속을 결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통일은 선(善)이다'는 명제는 감상적 선동에 불과하다. 우리에겐 적화통일은 최악의 악몽이며 모든 게 초토화하고 난 후의 흡수통일은 재앙 그 자체다. 우리의 소원은 결코 통일이 아니다. 평화는 통일을 압도하는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07/20180607042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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