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미·북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거론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회담을 깨려는 의도라기보다 협상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막판 샅바 싸움’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최근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이유로 남북 고위급회담을 취소하고 성명을 통해 미·북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언급한 데에 트럼프 대통령이 맞불 작전을 펼쳤다는 것이다.

리처드 부시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보다 회담을 더 원한다는 이미지를 없애고 싶어한다. 그런 이미지가 되면 김정은이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력을 되찾기 위해 전술 차원에서 회담 연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5월 2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을 향한 경고’라는 분석도 나왔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그들의 행동과 말에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라며 “북한이 말과 행동을 조심하지 않으면 미·북 정상회담이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경고”라고 했다.

제임스 쇼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의 의도에 대한 미 행정부 관료들의 의구심이 커진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을 수차례 전해들었지만, 직접 들은 것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접촉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쇼프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을 매우 하고 싶어하지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다른 행정부 관료들은 북한의 궁극적인 의도가 무엇인지를 두고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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