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사진> 미국 국무부 장관은 23일(현지 시각)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나쁜 합의는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적절한 협상안이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으면 우리는 정중히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CVID)를 향한 신뢰할만한 조치가 취해지기 전까지 우리의 자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민은 우리가 제대로 된 협상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두 차례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김 위원장과의 두 번째 면담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보여주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지에 대한 미국의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로 세계로부터 체제보장을 받기를 원했다”며 “또 남북한 사이의 현 상태(정전협정)를 종식하는 평화협정 체결을 원했다. 민간 부문 사업, 지식, 노하우 형태로 미국의 경제적 지원도 원했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국가안보 문제에 있어 북한의 비핵화를 최우선 순위로 삼아왔다"며 "외교적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작전이 6월12일 열릴 역사적 회담으로 결실을 보고 있다. 우리는 이 세계를 위한 멋진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의 연기 가능성을 거론한 데 이어, 폼페이오 장관 역시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이 핵심적인 요구사항인 CVID 원칙을 수용하지 않으면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다음 달 12일에) 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아마도 다음 번에 열리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대화하고 있다. 회담이 열리지 않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과거 북한이 국제사회 협상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을 언급하며 "우리는 북한 정권의 역사에 대해 직시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야 할 때"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에 대해서는 "우리는 북한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중국처럼 중요한 나라와 건설적으로 협력해나가야 한다"면서도 "우리는 미국민의 이익과 우리의 경제적 경쟁력을 희생시킬 수도, 남중국해에서의 횡행의 자유를 포기할 수도, 미국의 지식재산권이 도둑질당하는 것을 소극적으로 두고 볼 수만도 없다"고 고 말했다.

그는 "미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순위"라며 "북한을 비핵화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계속 이어나가면서도 이란 등이 불법적으로 대량파괴무기(WMD)와 그 운반수단을 불법적으로 획득하는 걸 막아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미·북 양측 모두 협상 연기 가능성을 거론하는 가운데, 이번 주말엔 싱가포르에서 양국 당국자 간 실무 접촉이 개시될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간 접촉은 약 2주 전 북측 대표단이 나타나지 않아 무산된 이후 다시 시도되는 접촉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의) 고위 참모들이 이번 주말 북한 관리들과 중요한 기획 회의를 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미라 리카르델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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