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북한 보란듯… 미국, '영구적 핵폐기' 담은 이란 핵합의 요구안도 발표
"군사 옵션 배제된 적 없어… 위협? 사실 말했을 뿐이다… 비핵화땐 혜택… 재원 마련중"
 

북한의 미·북 정상회담 취소 위협에 백악관 핵심에서 "협상장을 떠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은 또 이날 새로운 이란 핵합의 조건을 발표하면서 핵 문제에 관한 한 '영구적인 폐기'의 원칙에서 물러설 뜻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난을 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합의가 안 되면) 김정은과의 대화에서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북한이 회담 취소 가능성을 거론하며 압박하자 "장난치지 말라"고 정식으로 경고한 것이다.
 
미국의 새 이란 비핵화 요구 조건으로 본 대북 메시지
펜스 부통령은 "김정은이 평화로운 방법으로 자신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기회를 잡기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면서도 "대통령이 명확히 한 것처럼 김정은이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리비아 모델'처럼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나토와 미국이 리비아의 카다피 독재정권을 축출했던 것을 '리비아 모델'이라고 거론하며 "(김정은과) 합의에 실패하면 리비아 모델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했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이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지적에 "(위협이 아니라) 사실에 가깝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은 북한 정권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위협하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보유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했다. 그는 또 '회담이 실패하면 군사옵션이 남아 있느냐'는 질문에 "군사옵션은 (테이블에서) 배제된 적이 없다"며 "미국이 필요한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고 했다.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을 한다는 것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그러면서도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지원할 대규모 재원을 마련 중이란 점도 공개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시점이 오면 기회와 혜택이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정권과 북한 주민들에게 밝은 미래를 만들어줄 재원을 이미 일본과 한국·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 조직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이날 이란과 새로운 핵합의를 위한 12개 요구사항을 발표하며 앞으로 있을 미·북 핵 협상의 토대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헤리티지 재단 연설에서 이란과의 새로운 핵합의에는 ▲영구적인 핵 폐기와 기존 핵무기 신고 ▲우라늄 농축·플루토늄 처리 중단 ▲모든 핵시설 완전 접근 허용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사이버 공격 중단 등이 포함될 것을 요구했다. 이 밖에 미국인과 동맹국 억류자 석방, 이라크와 예멘·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지역의 테러 지원 중단 등도 요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란이 협상장에 나올 것을 강조하며 "북한 김정은을 만나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우리의 가장 '확고한 적(staunchest adversaries)'과도 중대한 문제들을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북한을 '가장 확고한 적'으로 보고 있으며, 그런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이란에 요구한 수준의 해결을 목표로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이란에 대한 요구사항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요구했던 것과 정확히 겹친다. 여기에 북한에 한국 억류자들과 일본인 납치 피해자들의 석방을 요구할 수 있 고, 북한의 악명 높은 사이버 공격 중단도 의제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목록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길게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은 단지 이란의 거대한 악행 범위를 반영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접근 방식에서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북한에도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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