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한국과 한국인, 멕시코와 멕시코인, 핀란드와 핀란드인…. 세상엔 다양한 국가와 민족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수십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서 탄생한 호모 사피엔스들의 후손이지 않은가? 같은 종(種)으로 시작한 우리는 왜 서로 싸우고 혐오하는 민족과 국가들로 나누어지게 된 것일까?

세상에는 몇 개의 민족과 국가들이 존재할까? UN에 가입한 국가 193개, 그리고 비공식 멤버인 바티칸과 팔레스타인 독립지구를 합치면 총 195개의 국가들이 존재한다. 반대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언어는 7000개 정도이고, 역사·인종·문화·언어적으로 구별 가능한 민족들은 수만 개를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다양한 민족들이 같은 국가에 살고, 대부분 민족은 국가 없이 살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벨기에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왈롱 지역과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플람스 지역으로 나눠지고 스위스는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그리고 스위스어를 사용하는 민족들로 구성되어 있다. 반대로 독일인과 오스트리아인은 같은 게르만 민족들이고, 시리아와 요르단, 쿠웨이트, 이라크는 아라비아 반도에서 이주한 같은 민족의 후손들이 세운 국가들이다.

거의 유사한 유전적 배경을 가진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은 원수 관계이지만, 유전적으로 다양한 민족들이 평화로운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는 캐나다,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역시 가능하다.

민족과 국가의 관계는 자연의 법칙이 아니다. 같은 민족이 필연적으로 같은 국가에 살 필요도 없고, 국가의 정체성 그 자체가 민족성과 동일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비정상적인 북한과의 관계를 고민해왔던 우리도 이젠 새로운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 만약 완벽한 비핵화가 현실이 되고 북한이 언젠가 '평범한' 국가가 된다면? 같은 민족이기에 반드시 같은 국가에 살아야 할까? 같은 민족이지만 경제·스포츠·문화적 경쟁 국가인 독일과 오스트리아 같은 미래는 불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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