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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김정은과 화해·이해의 절반만 남·남 통합에 쏟는다면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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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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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金 화기애애 보면서 감옥 속 이·박 처지 대조돼
對北 화해·관용 필요하나 그 半이라도 국내 화해를
남북 회복 이끈 文 대통령 通北封右 아닌 통북통우 하길
 

양상훈 주필
양상훈 주필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반갑게 만나 손을 잡고 걷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감옥에 있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떠올랐다. 우리 국민에 끼친 죄(罪)로 치면 이·박 두 사람의 백배, 천배는 될 북한 정권과 저렇게 다정하게 감격의 상봉을 하는데 아무리 정치적 반대편이라고 해도 같은 나라의 전(前) 정부 사람들이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길래 이토록 잔인하게 짓밟히느냐는 생각에 헛웃음까지 나왔다. 어느 분은 이를 통북봉우(通北封右)라고 했다. 북한과는 통하고 한국 우파는 봉쇄한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과거 북한이 통미봉남(미국과 통하고 한국을 봉쇄)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제 통북봉우의 세상이 온 건가.

남북 정상회담을 세 번 했는데 세 번 모두 우리 여야 영수회담보다 훨씬 화기애애하다. 야당이 대통령과 정부를 대하는 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도를 넘는 경우를 너무 자주 본다. 하지만 정상회담 현장의 우리 대통령들이 북한에 보여주던 이해와 도량의 절반, 아니 그 10분의 1이라도 우리 야당에 베풀면 한국 정치의 모습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김정은과는 정권 경쟁을 할 이유가 없으니 국내 야당을 대하는 입장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북쪽과 만나면 감격해 울기까지 하면서 우리 여야는 왜 이렇게 살벌하게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인가.

이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가기 전 "내 임기 중 일했던 군인, 국정원 직원 200여명을 제외하고도 청와대 수석, 비서관, 행정관 등 무려 100명이 넘는 사람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실제 검찰 조사를 받은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게 끝이 아니라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한 정부의 청와대 근무자 100명 이상을 조사한다는 것은 통째로 먼지를 터는 것이다. 정치 보복이 아니라 거의 전쟁 수준이다. 전 정권 사람들에게 내린 징역형은 합계 100년을 넘는다. 검찰 조사를 받은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검사도 어쩔 수 없어서 이런다고 생각하고 조사를 받으러 갔다. 받아보니 그게 아니라 검사가 마치 자신이 정의의 사도인 양 달려들었다. 확신범 앞에 앉아 있다는 생각에 절망감이 들었다."

검사들은 이 정권이 10년은 간다고 본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신이 검사를 하는 기간 전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이 정권 교체의 불안감 없이 정권 편에서 반대편을 잡겠다고 나서면 칼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칼춤 경쟁에 경찰까지 뛰어들게 됐으니 그 어지러운 검광(劒光)에 눈이 아플 지경이다. 지금이 조선시대 사화(士禍) 같다는 얘기에 한 분은 "그게 아니라 여말선초(麗末鮮初)"라고 했다. '고려 말 조선 초'의 상황 같다는데, '산업화+민주화'의 세계 모범국이라는 우리나라에 걸맞은 일인가.

북한은 체제가 달라 우리와 비교할 수 없다고 한다. 체제가 다르면 전쟁을 일으켜 국토와 인명을 절단 내고 우리 국민을 죽이고 납치하고 테러하고 자기 주민은 노예로 만들어도 괜찮고 체제가 같으면 '여말선초'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끝까지 털고 짓밟아 복수해야 직성이 풀리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북한은 무슨 짓을 해도 화해하고 용서해야 할 대상이고, 한국 좌우는 도저히 같은 하늘을 이고 살지 못할 사이처럼 돼서도 안 된다.

북이 우리 국민에게 저지른 악행으로 치면 일제(日帝)와 막상막하다. 한국민에게 핵폭탄을 터뜨리겠다고 협박한 것도 북한이 유일하다. 그런데 북한이 첫 핵실험을 해 민족의 머리 위에 핵 구름을 일으킨 직후에 열린 개성공단 행사에서 당시 여당 사람들은 남북이 만났다고 감격하면서 춤까지 췄다. 북한도 같은 민족인데 오랫동안 반목하다 만나면 감격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때면 누구나 통일이 머리에 떠올라 감상에 젖고 희망에 부푸는 경험을 한다. 그래서 북에 대해 관용적인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서울을 불바다로 만든다는 핵폭탄을 터뜨린 뒤에도 그럴 수는 없다.

지금 정권 사람들의 북에 대한 이해, 관용, 아량엔 남북관계의 미래를 고려한 전략적 성격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상식의 수준을 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이해, 관용, 아량의 절반이라도 우리 국내 전 정부 사람들에게도 베풀었으면 한다. 잘못한 것도 있지만 나라를 위한 일이 그보다 더 큰 사람들이다. 정책에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애국적이지 않은 대통령이 누가 있나. 이를 부정하는 것은 정치적 반감(反感)일 뿐이다. 문 대통령 취임 1년이다. 남북관계를 회복한 대통령이 남·남 갈등을 통합으로 바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 원한과 보복의 쳇바퀴를 끊어야 한다. 모두가 문 대통령의 통합 행보를 환영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16/20180516035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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