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첩보부 요원 출신 라파엘 이스라엘리 히브리대 교수
 

라파엘 이스라엘리 히브리대 교수
1973년 4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군은 이집트·시리아 등 아랍 적국 전투기의 무전을 감청했다. 이스라엘군 첩보부엔 모로코·이집트 등에서 이민 온 아랍계 유대인 부대원이 많았다. 아랍 조종사들의 무전을 해독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일부 이집트 전투기 조종사들의 무전 내용을 감청했는데 '이상한 언어'를 사용해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이상한 언어' 구사자는 북한군 조종사였다. 북한이 비밀리에 전투기 조종사를 이집트군에 지원해줬던 것이다.

이스라엘은 '북한말' 능통자 육성 정책을 추진했다. 군 첩보부는 대원 모집에 나섰다. 당시 미 버클리대에서 아시아 지역학 박사학위를 받고 갓 귀국한 라파엘 이스라엘리(85·사진) 현 히브리대 명예교수가 요원으로 발탁됐다.

최근 우리 외교부 주최 회의 참석차 방한한 이스라엘리 교수는 지난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에 파견돼 버지니아 랭리의 아파트에서 수개월간 투숙하며 북한말 감청 훈련을 받았다"며 "북한은 중동 여러 국가와 군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이스라엘 안보에 큰 위협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도 와서 어학 특훈을 했다고 한다.

이스라엘리 교수는 북한말을 배웠지만 정작 활용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 1979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평화협정을 맺으며 전쟁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이스 라엘리 교수는 히브리대 아시아학부 교수가 돼 후학 양성에 힘썼다. 그의 수업을 듣던 히브리대 학생 여러 명이 졸업 후 모사드(대외 첩보부)·외교부 등에 들어가 남북한 관련 일을 했는데, 그중 한 명이 2016년 주한 대사로 부임한 하임 호셴(62) 대사다. 이스라엘리 교수는 북핵 문제에 대해 "마냥 낙관적인 기대를 해선 안 되고 신중히 봐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1/20180501026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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