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클린턴 정부서 북핵 진두지휘' 윌리엄 페리 前국방장관 인터뷰

"北, 과거엔 한국과 협상 거부… 지금은 한국이 주도권 갖고 추진
北의 침공 위협 완전히 없어지면… 美, 주한미군 철수도 생각할 것"
 

"불가침조약에 한·미와 북한뿐 아니라 중국, 필요하면 러시아까지 서명하도록 하면 북한이 비핵화에 좀 더 전향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핵 문제 해결을 진두지휘했던 윌리엄 페리(91) 전 미 국방부 장관은 1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과거나 지금이나 북한은 체제 보장이 최대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핵 개발을 추진하던 20여 년 전에도 미·북 간 불가침조약에 큰 관심을 가졌었다"면서 "핵을 가진 지금은 미·북 간 상호 불가침조약보다 좀 더 견고한 체제 보장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미국은 체제 보장뿐 아니라 평화 체제 이행과 양국 간 수교 및 대사관 개설 등을 북한에 제안했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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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前장관 퇴임때 클린턴 부부와 기념사진… 한국서 입양한 손자도 이번에 함께 서울 온다 - 1997년 1월 윌리엄 페리(맨 오른쪽) 전 국방장관의 퇴임을 기념하며 그의 가족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부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페리 전 장관의 맏아들 내외가 한국에서 입양한 마이클 페리(당시 12세)가 두 손을 모으고 가족들 사이에 서 있다. 현재 미 국방부에서 IT 전문 컨설턴트로 근무 중인 마이클과 가족들은 오는 16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하는 페리 전 장관과 함께 서울에 온다. 왼쪽 사진은 2004년 6월 4일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조선일보DB·윌리엄 페리
페리 전 장관은 "(이번에도) 좀 더 '강력한 체제 보장'이 제공돼야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면서 "중국, 필요하면 러시아 등 주변국까지 불가침조약에 동참해 집단 체제 보장을 해주면 북한이 좀 더 적극적으로 비핵화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의 최근 비핵화 선언과 관련, "방향은 옳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난제가 엄청 많다"고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의 의미에 대해 그는 "북한이 핵실험에 대한 모라토리움(잠정 중단)을 선언한 것인지 확인해야겠지만, 미·북 회담을 위한 최소한의 협상 조건은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년 내에 비핵화를 완성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그는 "1년 안에 다 하는 건 힘들지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면 이른 기간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소련도 냉전 시대에 서로의 핵 미사일 시설까지 상호 사찰했던 적이 있었고,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미국 전문가들이 북한에 들어가 영변 등 북한 핵 시설을 사찰한 적이 있다"면서 "검증 작업은 매우 힘든 협상 과정을 거치겠지만 의외로 원활하게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90년대 말 자신이 추진했던 페리 프로세스(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대해 "과거에는 북한이 한국과 협상하길 원하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한국이 이니셔티브(주도권)를 갖고 북한과 협상을 추진하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페리 전 장관은 주한 미군 문제와 관련, "주한 미군의 존재 이유는 북한의 침공에 대비해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그 위협이 완전히 없어진다면 미국은 주한 미군 철수도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북 간 협상에 대해선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면서 "실패하면 지금보다 상황이 훨씬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 내에서 북한과 협상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주장하고 나올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2/20180502001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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