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이후]

핵완성 이미 발표, 잃을게 없는 조치… 靑 "핵 검증 선제적 의지 밝혀"

김정은 "더 큰 갱도 2개 있고 건재"
언론인도 초대, 생중계 할 가능성

일각 "北, 핵실험장 폐쇄 앞세워 미국에 핵우산 폐기 요구할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 도중 '5월 중 북부(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에게 "(핵실험장 폐쇄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韓·美) 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조만간 초청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또 '이미 핵실험장이 사용 불가능한 상태'라는 언론 보도를 의식한 듯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 시설보다 큰 2개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했다. 풍계리 실험장 폐쇄는 회담 전 의제 조율 과정에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김정은의 예정에 없던 이 발언은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부각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29일 "북한 핵의 검증 과정에서 선제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2008년에도 '핵 불능화' 조치를 하겠다며 한·미 취재진을 초청해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장면을 공개했었다. '핵 폐기' 의지로 받아들인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지만 북한은 그 직후 냉각 시설을 복구하고 핵 개발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 도출되기 이전엔 보여주기식 조치만으로 장밋빛 전망을 해선 안 된다"고 했다.

"풍계리, 6차례 핵실험으로 지반 위험"

김정은이 폐쇄 대상으로 밝힌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이 1~6차 핵실험을 실시한 곳이다. 북한 '핵 무력 개발'의 상징이다. 북한은 1차 핵실험(2006년)을 1번 갱도에서 진행했다. 하지만 1번 갱도는 핵실험 이후 무너져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2~6차(2009~2017년) 핵실험은 2번 갱도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6차 핵실험 이후 2번 갱도 주변에서 10여 차례 지진이 발생하는 등 붕괴 조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이 '건재하다'고 밝힌 갱도는 풍계리 3~4번 갱도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풍계리 3번 갱도는 완성 단계로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게 한·미 정보 당국의 분석이다. 4번 갱도는 최근 북한이 6차 핵실험 이후 굴착 공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의 말과 달리 3~4번 갱도를 포함한 풍계리 일대 지반이 위험한 상황이라는 관측도 있다. 기상청은 작년 10월 "여의도 면적 3배에 이르는 풍계리 지역 땅이 최대 3m 내려앉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추가 핵실험을 한다면 (풍계리가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 나흘 전인 지난 23일에도 규모 2.3의 지진이 있었다.

이미 핵 완성했으니 핵실험장 불필요
 
쇼로 끝났던 2008년 냉각탑 폭파
쇼로 끝났던 2008년 냉각탑 폭파 - 북한이 '북부 핵실험장'을 5월 중 폐쇄하고 언론에 공개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29일 밝혔다. 북한은 2008년 6월 27일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다며 평안북도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지만 이후 핵실험을 이어갔다. /연합뉴스

앞서 북한은 지난 20일 핵실험장 폐쇄를 선언하면서 "핵 개발 전(全)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됐고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됐다"며 "이에 따라 북부(풍계리) 핵실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고 했다. 핵 무력이 완성됐으니 추가 핵실험도, 핵실험장도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따라서 핵실험장 폐쇄는 북한으로선 잃을 것 없는 카드인 것이다. 이는 북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기존 핵무기 폐기와도 직접 연관이 없다.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의 핵심 이슈가 아니라는 얘기다.

북한이 핵실험장 폐쇄를 국제사회에 공개한 뒤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 폐기' 대신 '핵 군축' 시도를 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미(美) 전략 자산 전개 축소와 핵우산 폐기를 놓고 미국과 담판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실험장 폐쇄 생중계 가능성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한·미 전문가, 언론인 초청 시점 등에 대해서는 북측이 준비되는 대로 일정 을 협의키로 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핵 시설 폐쇄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 전문가 선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남북 간 추가 논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언론인'도 초대하겠다고 한 만큼 '폐쇄 이벤트'가 전 세계에 생중계될 가능성도 크다. 정부 소식통은 "김정은이 국제사회와 대화하겠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30/20180430000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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