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북한이 딴소리 못하게 하는 법

‘김정은은 진심인가?(CNN)’ ‘북한과의 평화 대화에 한국인들은 궁금해한다: 이번엔 다를까?(워싱턴포스트)’ ‘남북 정상회담 과대포장(월스트리트저널)’ ‘남북 정상회담 도취감이 지속될 수 있을까?(이코노미스트)’ ‘평화협정은 수십 년간 쌓인 불신을 극복해야 한다(파이낸셜타임스)’ ‘역사적 정상회담에도 북한의 비핵화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교도통신)’ ‘지금은 도취감에 빠져 있지만, 김정은의 진짜 시험대는 도널드 트럼프다(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전 세계 언론은 지난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며 대체로 ‘역사적 회담’이란 표현을 빼놓지 않았다. 2000년·2007년에 이은 11년 만의 남북 정상회담인 데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6·25전쟁 휴전 이후 처음 남쪽 땅을 밟은 것에 의미를 뒀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외국 언론도 ‘은둔의 독재자’가 말하고 웃는 모습을 생중계로 보며 신기해한 듯하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의 알맹이라 할 수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해 해외 주요 언론의 평가는 냉정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는 판문점 선언 합의문에 세 번(‘완전한 비핵화’ 한 차례, ‘한반도 비핵화’ 두 차례)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선언문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핵화 시한, 구체적 실행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이 해외 언론에서도 바로 나왔다. 비핵화의 정확한 의미가 명시되지 않았고 비핵화 목표 확인과 실제 비핵화는 엄연히 다르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앞머리에 소개한 것처럼 주요 매체들은 사설과 분석 기사 등을 통해 북한의 의도를 의심하고 결국 몇 번이나 속았던 과거와 뭐가 다른지 의문을 제기했다. 북한의 동맹인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조차 사설을 통해 “판문점 선언에 적힌 비핵화는 구체적 계획이 없는 전망일 뿐”이라고 했다.

이제 북핵 폐기 문제는 한 달여 뒤에 열릴 미·북 정상회담으로 넘어갔다.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은이 어물쩍 넘어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는 이유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북한이 핵무기를 없애는 것 외엔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이 나온 후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남북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른 한편으론 자신은 북한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전 대통령들은 북한에 교묘하게 휘둘렸지만, 자신은 과거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라 했다. 그러면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대북 최대 압박을 계속할 것이란 원칙을 다시 밝혔다.

국내 일각에선 벌써부터 대북 제재의 해제나 완화 없이는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교류와 경제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제재를 어느 정도 풀자는 얘기다. 김정은이 남북 정상회담을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느슨하게 할 기회로 삼을 것이란 전망이 전부터 나왔는데, 회담이 끝나자마자 이런 주장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남북 정상회담 당일 미국에 “마땅한 성의를 보이는 것으로 호응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밀어붙인 최대 압박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냈다고 생각한다. 자신 덕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대북 제재에 동참했다고 믿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몇 시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정은의 평양 회동 사진을 공개했다. 한국 정부에 미국의 역할을 잊지 말란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과거 25년간의 ‘거짓 약속’을 뒤로 하고 정말로 핵을 포기하게 하려면 촘촘한 제재와 압박이 유지돼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다른 생각을 안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7년 출간한 책 ‘씽크 빅(Think Big)’에서 자신의 좌우명은 항상 복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누군가 나를 엿 먹이면 더 크게 되갚아주라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에 응한 것 자체를 김정은에게 큰 선물을 준 거라 생각한다고 한다. 그는 보답을 바라는 사람이다. 그가 복수할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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