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핵무기를 없애는 게 비핵화이다. 매우 단순하다"라며 "나는 그들(북한)이 핵무기를 제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거 행정부들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말도 다시 했다. 지난 25년간의 북핵 협상과 같은 것은 않겠다는 얘기다. 미국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서 어설프게 양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간단하고 명확하게 못 박은 것이다.

핵 폐기는 실천에 들어가면 매우 복잡한 수십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 순서를 어떻게 짜느냐, 얼마나 속도 있게 하느냐에 따라 실제 핵 폐기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아무 의미 없는 합의가 될 수도 있다. 과거 북핵 합의에선 '동결'이 1차 목표였다. 그리고 향후 핵 개발을 못하도록 하고, 그때까지 만들어놨던 핵 물질을 폐기하는 식으로 순서를 짰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 중이던 그때와는 다르다. 이미 수십 개 핵탄두를 실전 배치까지 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미 만들어진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가 협상 1번 순위가 돼야 한다. 동결 먼저 하고 핵무기 폐기는 뒤로 미루는 합의는 의미가 없다. 한·미 핵 전문가들이 '원샷 방식' '빅뱅(big-bang)식 폐기'를 말하는 이유다.

실제 핵탄두 폐기는 한·미와 국제사회가 전력투구해도 완벽히 이뤄내기 쉽지 않은 과제다. 무엇보다 북이 핵 물질을 얼마나 생산했고, 탄두는 몇 개까지 만들었는지 모르고 있다. 북이 이를 거짓 신고하고 나머지를 철저히 은폐하고 나서면 북 사회의 특성상 사찰팀이 찾아내기 쉽지 않다. 우리 입장에선 단 한 개의 핵폭탄만 숨겨져 있어도 비핵화가 아니다.

김정은은 며칠 전 '핵실험 중지 및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밝혔다. 엄밀히 말해 이 발표는 '동결'도 아니다. 동결이라고 하려면 실험 중단뿐 아니라 핵 물질 추출, 무기화 작업, 연구·개발 등의 모든 핵 관련 활동을 중단하고 검증받는 것이 포함돼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북 발표를 '동결'이라고 규정했다. "핵 동결 조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중대한 결정"이라고 한 것이다. 갈 길이 먼데 너무 들떠있다는 우려를 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과의 회담 전망에 대해 "공정하고 합리적이지 않다면 나는 협상 테이블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최대 압박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도 한목소리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 이달 초 야당 대표들과 만났을 때 "남북대화 시작만으로 선물을 주거나 하는 일은 없다"며 "한·미 간에 일치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했던 그 원칙을 지켜야 한다.

내일 판문점에서 북핵 폐기를 위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청와대는 25일 3대 의제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 정착, 남북 관계 발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핵무기를 남김없이 없애 민족 재앙의 화근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나머지 두 가지는 어떤 합의를 하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5/20180425034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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