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북한의 핵·ICBM 실험 중단과 핵 실험장 폐기 발표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청신호"라고도 했다. 국방부는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그러나 김정은 의도는 여전히 모호하다. 보상 요구 없이 핵 동결을 선언한 것은 과거와 다른 모습이지만, 김정은 발표문에는 '비핵화'나 '핵 폐기'란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핵 무력 완성'이나 '핵 군축'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핵 군축 주장은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김정은은 방북한 폼페이오 국무장관 후보자에게 '미·북이 수년이 걸릴 수 있는 시간표에 따라 서로 양보하는 단계적 합의를 하자'고 요구했다. 북은 비핵화 과정을 동결→신고→검증→폐기 등으로 잘게 쪼개 시간을 끌면서 제재 해제 등 보상만 챙기다가 '진실의 순간'인 검증·사찰 단계가 오면 어김없이 약속을 깨뜨렸다. 그러는 동안 미국 대통령이 바뀌고 핵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돼왔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는 이날 WSJ에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발언은 북이 핵 프로그램 상당 부분을 폐기하기 전까지 제재 완화 같은 양보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다른 미국 관리도 "트럼프는 '빅뱅 방식(한꺼번에 큰 양보)'으로 부르는 것을 선호한다" "미국이 말하는 비핵화란 북이 사용 가능한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북의 궤도 이탈을 막는 옳은 방향이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핵 폐기 완료 날짜'를 합의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가급적 1년 내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 방식으로 모든 북핵을 없애려 한다. 몇 년씩 걸리는 비핵화는 북 속임수라고 본다. 문 대통령은 사흘 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에서 서로 좋은 얘기만 하다 헤어지려 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에게 핵 폐기의 시한 확정에 합의해야 하고 그 시한은 최대 2년을 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3/20180423027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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