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격동의 시간']

CNN 보도, 6월 유력… 중국 지도자로는 13년만의 訪北
南北美 대화 급박해지자 '비상 깜박이' 켜고 끼어들어

習, 장성택 처형과 북핵 도발에 5년간 김정은 얼굴 한번 안봤지만
집권 2기 들어 양국관계 급진전… '여유 부릴 때 아니다' 판단한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6월 북한 방문설'이 외신을 통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관련 보도를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이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비밀리에 김정은을 만나는 등 미·북 정상회담 준비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중국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김정은 방중으로 정상화에 성공한 북한과의 관계에서 고삐를 바짝 틀어쥐고 남·북·미 대화 국면에 적극적으로 끼어들겠다는 것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북 정상회담 직후 시 주석 방북설 보도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자세히 제공할 관련 정보가 없다"면서도 "내가 강조할 수 있는 건 북·중 간 고위급 상호 방문 전통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보도를 부인하지는 않은 것이다.
 
北노동당 청사에 높이 3m 시진핑 사진 - 17일 북한 평양 노동당 청사에서 김정은(가운데)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찬장에 들어가기 전 악수하고 있다. 악수하는 이들 뒤로 높이 3m 정도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이 걸려 있다.
北노동당 청사에 높이 3m 시진핑 사진 - 17일 북한 평양 노동당 청사에서 김정은(가운데)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찬장에 들어가기 전 악수하고 있다. 악수하는 이들 뒤로 높이 3m 정도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이 걸려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6월 방북이 이뤄진다면 시 주석 취임 이후 5년여간 단 한 번도 얼굴을 맞대지 않고 서로를 외면했던 북·중 정상이 불과 석 달 사이에 방중과 답방을 주고받는 셈이 된다. 그간 북·중 관계는 북한의 4차례 핵실험과 무수한 미사일 도발, 친중파 장성택 총살, 김정남 암살이 이어지면서 정상회담은 차마 입에 올릴 수도 없는 최악으로 치달아왔다. 북한은 시 주석 취임 한 달 전인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 시진핑 정권 초장부터 시 주석의 체면을 구겼다. 분노한 시 주석은 그해 5월 핵 개발 당위성을 설명하러 온 김정은 특사 최룡해(당시 인민군 총정치국장)를 이틀이나 만나주지 않았다. 최룡해는 겨우 시 주석을 만나긴 했지만, 시 주석의 서슬에 눌려 군복을 벗고 인민복을 입어야 했다. 서로 그처럼 불편하고 냉랭했던 북·중이 남·북, 미·북 대화를 계기로 한 방에 뜨거운 밀월 관계를 복원한 것이다.
 

6월이라는 시점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른 것이다. 지난 3월 김정은의 방중 때 김정은은 시 주석에게 방북을 요청하고 시 주석이 이를 수락했다. 하지만 이 내용은 북한 측 발표에만 나오고 중국 측 발표에서는 없었다. 미·북 회담이 좋지 않게 끝나 한반도 정세가 악화될 경우 방북이 껄끄러워질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중국이 일부러 그랬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미·북 회담 전망이 그만큼 불투명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의 방북은 빨라도 6·25 휴전협정 65주년인 7월 27일이나 북한 정권 수립일인 9월 9일 전후로 예상됐다. 그러나 CNN의 보도 등으로 볼 때 중국 측은 현 상황에 대해 '그렇게 틈을 둘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방북한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시진핑 주석의 방북 시기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과 구체적인 논의를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쑹타오 방북 관련 사설을 싣고 "중·북의 우호 협력은 현재의 한반도 정세에서 건설적 작용을 할 것"이며 "중국은 북한을 포함한 각국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안정과 지역의 번영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중국 역할론'을 또다시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아베 일본 총리와 회담 때 "시진핑 주석이 북한과의 국경 지역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인민일보 사설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이 미·북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진핑 주 석이 방북하게 된다면 김정은의 3월 방중처럼 전격적이고 비밀스럽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쩌민 주석 및 후진타오 주석 등 이른바 3세대 이후 중국 지도자들은 모두 사전에 방북 사실을 공표하고 방북길에 올랐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공언해온 시 주석은 공개 방북의 관행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9/2018041900288.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