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 주한 美대사 낙마한 빅터 차, 10개월 만에 처음 입 열었다… 南北, 美北 회담 그리고…

- 트럼프 거대 이벤트에 관심
"평화가 왔다" 승리선언 후 폼페이오 등에 일 맡길 것
협상은 자기 功… 그 후 잘못되면 부하 탓

- 南北회담이 1차 관문
文대통령 비핵화 주저땐 美·北회담 연기될 수도… 볼턴은 北제재완화 안해

- 왜 낙마했나
지금도 그 이유 모르겠다… 백악관 맘이 왜 변했는지
 

트럼프 행정부의 첫 주한 미국 대사로 내정됐다가 낙마(落馬)한 빅터 차(57)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를 지난 5일 워싱턴의 CSIS에서 만났다. 대사 낙마 이후 한국 언론과의 첫 인터뷰이다. 그는 "8개월 동안 어둠 속에서 지냈다"고 했다. 작년 5월 대사 내정 후 검증받는 동안 대외 활동을 자제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친 후 그에게 돌아온 건 올 1월 말 '내정 철회'였다. 그는 두 달 가까이 또 한 번 침묵의 시기를 보내고 최근 활동을 재개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가 지난 5일 워싱턴의 CSIS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가 지난 5일 워싱턴의 CSIS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김정은과 회담은 역대 최고 방송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강인선 특파원
차 석좌는 학자이자 전직 백악관 관료로서 북한 문제나 미·북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이야기할 땐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대사 낙마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는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 듯 몇 번이나 말을 멈췄다.

―오는 5~6월쯤 열릴 예정인 미·북 정상회담이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위험 부담이 크다고 생각한다. 정상회담이 실패하면 더 이상 외교적 방안을 쓸 수 없다. 만일 여기서 실패하면 군사행동 가능성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정상회담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이 회담이 절대로 실패해선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첫 회담이 실패했다고 곧장 군사옵션으로 돌아가나. 두 번째 회담을 시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트럼프는 실패를 싫어한다. 첫 시도에 실패하면 두 번째 시도를 할 리가 없다. 정상회담 실패는 트럼프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북 정상회담 성공이란 어떤 의미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세상의 큰 관심을 받는 거대한 이벤트에 마음이 끌리는 것 같다. 이 세상 어느 지도자를 만난들 김정은보다 더 큰 관심을 끌겠나.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만나도 그렇게는 안 된다.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미국에서 (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수퍼볼 경기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역대 최고 TV 이벤트가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가 왔고, 새 시대가 됐다'며 승리를 선언하고, 세부 사항은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지명자 등에게 맡길 것이다. 그러다 잘못된다 해도 그건 트럼프 잘못이 아니다. 트럼프는 협상을 잘했는데 나머지 사람들이 일을 잘못해서 망쳤다고 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미·북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문재인 대통령도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과 비핵화를 논의할 것이다. 그 결과에 대한 문 대통령 반응이 낙관적이면 미·북 정상회담도 잘될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뭔가 주저하는 듯하면 미·북 정상회담은 연기될 수도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기 전까지는 미·북 정상회담이 어떻게 될지 말하기 어렵다."
 
트럼프(왼쪽), 김정은
―초강경파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의 북한 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볼턴은 정상회담이나 호의적인 성명까지는 몰라도 제재 완화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해 세부 협상에 들어가면 어느 시점엔가 북한이 제재 완화를 요청할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동의하겠지만 트럼프와 볼턴은 결코 제재를 중단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볼턴은 제재야말로 미국이 가진 최선의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건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상대방에 대한 '지렛대'를 갖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김정은이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 응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제재 압력을 낮추기 위해서다. 한국과 가까워지고 한·미를 이간질하고 미국의 관심을 군사행동 가능성으로부터 딴 데로 돌리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으로선 (미사일이나 핵무기) 테스트를 할 필요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보나.

"트럼프가 평화협정에 서명을 해준다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은 핵국가로 인정받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핵국가로 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바보가 아니다. 평화협정으로 안전 보장이 가능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아마 상호 핵 억지로는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은 정상회담에서 유일하게 안전을 보장하는 길로 한발 더 가까이 가려 할 것이다. 미국의 역대 모든 대통령이 '노(no)'라고 할 일을, 트럼프는 '예스(yes)'라고 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기존 대통령들과 너무 다르니까 북한은 거기서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주한 미 대사로 내정돼 검증까지 마친 후 지명 직전에 낙마한 후 충격이 컸을 것 같다.

"지난해 5월 백악관과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으로부터 주한 미 대사 제의를 받았다. 그 후 8개월 동안 엄청나게 세밀한 검증을 거쳤다. 보통 검증 끝나고 아그레망 받으면 금방 공식 지명이 이뤄진다. 그런데 계속 지명이 미뤄지길래 뭔가 잘 안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지난 1월 말 백악관에서 철회 통보를 받았다."

―미국 정부의 공직자 검증 시스템이 매우 엄격하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인가.

"검증은 정말 엄청나게 세밀한 과정까지 파고들어 가는데, 할 수 있는 만큼 최대로 그 사람의 인생을 깊이 들여다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지난 15년 동안 했던 모든 해외여행을 서류로 증명해야 했다. 여권, 비행기표, 초청장 등을 다 찾아내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낙마한 이유가 제한적인 대북 군사작전을 뜻하는 '코피 작전'이나 '개인적인 문제' 때문이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진짜 이유가 뭔가.

"백악관은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백악관이 결정했다가 마음이 변한 거다. 지명을 기다리는 동안 각 부처와 포괄적인 정책 논의를 하면서 전문가로서 여러 의견을 냈다. 나는 전문가로서 발탁됐으니 질문을 받으면 견해를 밝힌다. 의회 청문회나 비공개 장소에서 했던 발언 때문에 낙마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지금도 모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2/20180412036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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