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판문점서 실무회담]

김정은 군사분계선 이동 방식 등 경호·의전 문제 4시간동안 논의
靑 "민감한 내용… 공개 어렵다"
김정은 호칭은 '국무위원장'으로

최근접 참모 윤건영·김창선 참석… 남북정상 핫라인 문제 논의된 듯
 

남북은 5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4시간 동안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에서는 27일로 예정된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회담장인 평화의집까지 이동하는 경로 및 방법,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나는 방식 및 회담 횟수, 그리고 오찬 또는 만찬 여부 등에 대한 실무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도보 MDL 월경 등 논의
 
윤건영(왼쪽), 김창선
윤건영(왼쪽), 김창선
정부와 청와대 안팎에선 파격 행보를 즐기는 김정은이 '도보 월경(越境)'을 결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차량으로 '72시간 다리'와 통일각을 지나 판문각 앞에서 내린 뒤 도보로 MDL을 넘을 것이란 얘기다. 이 경우 상징성이 가장 큰 루트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중립국감독위 회의장과 군사정전위 회의장 사이의 자갈길이다. 이곳에서 회담장인 평화의집까지는 자유의집을 관통할 경우 170여m, 우회할 경우 270여m다. 다만 도보 월경은 김정은의 경호를 책임지는 호위총국에서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정상회담 때 김정은의 호칭을 '국무위원장'으로 결정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나라와 나라의 관계는 아니지만 남북 간 특수 관계를 감안했을 때 우리 대통령의 격에 맞는 호칭"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판문점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남북 정상 간 첫 부부 오찬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실무회담은 구체적인 합의 없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앞으로 2~3차례 더 만나 세부 내용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내용 자체가 민감하고 최종 결정되기까지 여러 번 회의를 해야 하고 또 시간도 걸리기 때문에 지금은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북, 회담 직전까지 명단 통보 안 해

실무회담에서 우리 측 수석 대표는 김상균 국정원 2차장이 맡았고, 청와대에서 조한기 의전 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권혁기 춘추관장, 신용욱 경호차장이 참석했다. 북한은 회담 직전에야 단장(수석 대표)으로 김창선 노동당 서기실장 외 5명이 참석한다고 통보했다. 청와대는 김창선 외의 다른 참석자 명단은 회담 직전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김창선 수석 대표 외에 외교관 출신인 로경철(의전 담당 추정), 리현 노동당 통일전선부 실장(보도 담당 추정), 판문점 시설 문제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마원춘 전 국방위 설계국장(국무위 설계국장 추정), 호위총국 소속으로 알려진 김철규 인민군 상장(경호 담당 추정), 그리고 역할 미상의 신원철이 참석했다.

이날 실무회담에는 특히 '윤건영-김창선' 라인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복심'이자, 양 정상의 일상생활까지 속속들이 아는 '집사'로 통하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두 사람이 참석했다는 것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핫라인 문제가 논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부터 문 대통령 곁을 지켰고 2012년과 2017년 대선 때 핵심 참모로 일했다. 윤 실장은 '치안 및 소방 관리'라는 공식 역할 외에 정보 및 정무적 측면에서 대통령의 최근접 참모 역할을 하고 있다. 김창선 역시 김정일 시대부터 노동당 서기실에서 근무해 '김씨 왕조의 집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모든 보고가 그의 손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06/20180406001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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