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측서 주범이란 사람이 저…"
김영철 농담성 발언 다음 날 노동신문 "南의 조작극" 정색

靑·통일·국방부 "할 말 없다"
 

북한 노동신문이 3일 "천안함 폭침은 남한의 조작극"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전날 방북 중인 우리 취재진에게 이례적으로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말한 지 하루 만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천안함 폭침은 친미·보수 정권이 북남 관계 갈등을 증폭하기 위해 조작한 특대형 모략 사건"이라며 "(남조선은) 천안호 침몰 사건을 구실로 동족에 대한 적대감과 대결 의식을 고취했다"고 했다. 천안함 폭침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자기들 소행을 부인하며 미국과 남한에 책임을 돌리던 종전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열흘 전인 지난달 23일에 열린 우리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을 "유치한 대결광대극"이라고 비난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김영철의 '천안함 발언'에 항의하거나 유감을 표시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했고, 통일부 당국자도 "특별히 말씀드릴 사안은 없다"고 했다. 국방부도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을 조롱한 것이 명확해졌는데도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계 개선 분위기가 깨질까 봐 지나치게 북한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실제 노동신문은 이날 "남조선 당국은 지금처럼 중대한 시기에 경망스럽게 놀다가는 큰코다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분별 있게 처신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발뺌과 정부의 침묵에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전준영 천안함 예비역전우회장은 "북한은 조롱하고, 우리 정부는 침묵하고, 한국 공영방송은 북한 소행이 아니라 한다"며 "어느 군인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싶겠는가"라고 말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남북 관계 개선도 좋지만 짚을 건 짚어야 한다"며 "북한이 천안함을 조롱거리로 삼았는데 정부가 아무 말도 못 하는 건 아쉽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04/20180404001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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