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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北고위급의 訪中, 자신들이 판 주도하겠다는 뜻"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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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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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27일 서울 동국대 사회과학관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중 고위급 접촉을 통해 대화의 판을 핸들링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윤희훈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박2일 일정으로 방중(訪中)한 것으로 27일 나타났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이날 “김정은이 방중한 뒤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정은은 중국 공안의 대대적인 호위 속에서 압록강 철로를 건너 대북 제재를 무력화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북한 대표단은 오후 3시 인민대회당에 도착해 3시간가량 머무른 뒤 댜오위타이 국빈관으로 향했다”고 했다. 시진핑 주석과의 북·중 정상회담도 성사됐다는 뜻이다.

김정은의 중국 방문에 대해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미·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 중국의 소외가 부담될 것”이라며 “(중국 소외 현상을)빨리 극복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북한과 대화에 나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 입장에서도 중국의 서운함을 해소함과 동시에 대화의 판 자체를 자신들이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최근 조성된 북한과의 대화 국면에 대해서는 “1월부터 펼쳐지고 있는 두세 달의 흐름은 한국 외교사에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 정책을 잘 펼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화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 중매인이고, 중매하는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중매가 안 된다”며 “철저하게 자신의 역할에만 집중해야 하며, 노벨 평화상을 비롯한 공은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줘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 해소를 위해서는 미북정상회담, 나아가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 선언을 해야 한다”며 “미국은 한미 군사 훈련과 관련해 현재 스탠스를 앞으로도 유지하고, 한미 훈련에 전략 자산을 전개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북한에 군사적 옵션을 쓸 수 없다고 본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한 번만으로 끝날 것이라 보지 않는다. 남북정상회담은 올해 최소 2~3번, 미북정상회담도 잘 끝난다면 다음엔 평양이나 워싱턴에서 다시 열릴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26일 중국 베이징에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방문했다는 설이 도는 가운데 베이징 시내 한 도로를 북한 인사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중국 공안의 호위를 받으며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중에 북한 고위급 인사가 방중(訪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입장에서 미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소외된 것에 대해 부담감이 있다. 그런 측면을 빨리 극복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북한과 대화를 하려고 한 것이라고 본다. 북한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화가 미북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중국의 서운함을 해소 해야 한다. 대화의 판 자체를 북한이 끌고 가겠다는, 핸들링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곧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이 차례로 열린다. 앞으로 회담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남북 고위급 회담이 오는 29일 열린다. 이 고위급 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 의제가 결정될 것이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남북정상회담에서 충분히 논의한다’는 수준으로 합의하지 않겠나. 남북 고위급 회담 이후 한미 간의 공식, 비공식적인 고위급 실무 회담도 충분히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조율된 안을 가지고 김정은을 만나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의견이 정리되면, 그것을 갖고 미북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만약 미북 정상회담이 판문점이나 제주도 등, 한반도에서 열린다면 미북정상회담 말미에 남·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비핵화 평화체제 관련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 여기서 종전 선언이 이뤄진다면 상당한 의미가 있다. 정전 체제가 평화 체제로 가려면 형식적으로라도 종전 선언을 해야 한다. 남·북·미 최고 지도자가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종전선언을 발표하면 굉장히 의미가 크지 않겠나.”

-회담이 종전선언으로 끝나는 게 이상적이라는 말인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해소 항구적 평화체제 담보가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한미 간 공감대나 조율을 통해 비핵화 평화 체제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에서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남북 관계는 일단 부차적이다. 미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와 관련한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 그리고 그게 성과로 발표될 수 있다. 그 속에서 종전선언을 하면 좋겠다.”

-종전선언은 결국 주한미군 철수로 연결될 수 밖에 없지 않나.

“김정은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선 일정 부분 양해하지 않았나. 특사단에게 ‘이해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번처럼 미군이 전략 무기를 전개하지 않는 수준에서 훈련을 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는 차원으로 읽힌다. 주한미군 문제도 북한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철수를 요구해 왔지만, 주한미군이 북한을 겨냥한 공격 목적이 아닌 동북아에서 힘의 균형을 위한 역할(Balance of Power)이라면 북한도 상당 부분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북 간 평화체제 논의가 보다 구체화되면 거기에 맞춰 주한미군과 한미연합훈련도 맞춰 가야 한다. 생물처럼 움직여야 한다.”

-동북아 균형자 역할로서 주한미군을 인정한다는 건, 북한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동참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그렇게 말하면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전략을 늘 우려한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북한이 부분적으로 협조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저는 동북아 국가가 궁극적으로 경제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고 본다. 신기루 같은 이야기이긴 하다. 경제 공동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게 바로 동북아 군사 공동체다. 중국과 미국이 G2 국가로서 패권 경쟁을 하고 있지만, 주한미군의 역할이 꼭 중국을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동북아에서의 균형자 역할이다. 주한미군이 중국의 견제용이라는 식으로 못을 박아선 안 된다. 주한미군의 주둔 성격을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는 어떻게 해야 하나?

“사드까지 이야기하는 건 더 복잡한 문제다. 한중 관계도 그렇고 한미 관계, 남·북·미, 남·북·미·중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동존이(求同存異, 서로의 다름은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라고 본다. 일단 쉽게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하고, 어렵거나 좀 더 복잡한 것은 뒤로 미뤄야 한다. 뒤로 미룬다는 게 합의 포기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쉬운 문제부터 풀어가면서 어려운 문제까지 접근하겠다는 자세로 가야 한다. 이게 신뢰의 출발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윤희훈 기자

-그러면 서로가 가장 쉽게 합의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일단 비핵화라는 의제는 너무 크지 않나?

“비핵화의 구체적인 성과를 바로 거둘 순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물가에서 숭늉찾지 말자’고 말했다. 인터뷰를 하는 오늘 시점에서 남북 관계는 ‘두레박으로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가 숭늉을 끓이기 위해서 나무를 갖다 놓고 성냥불을 긋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오래동안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심화됐나. 이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내는 게 한방에 가능한가? 물론 최고지도자들간의 통 큰 결단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로 이 문제를 쉽게 풀 순 없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 상황에선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또 돌파할 시점엔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첫술’은 뭐가 돼야 하는가?

“비핵화와 관련해선 일단 북한이 먼저 ‘추가 핵실험을 안 한다. 미사일 발사를 안 한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에 플러스 알파가 돼야 한다. 북한이 현재 핵능력을 진전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고 핵물질 추출을 중단하는 조치를 꼽을 수 있다.”

-북한의 행동에 대응해 우리는 무엇을 해줄 수 있나?

“우리는 대화의 중매인이라 줄 수 있는 게 없다. 대신 미국이 줄 수 있는 게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이 한미 군사 훈련과 관련해 현재 스탠스를 앞으로도 유지하고, 한미 훈련에 전략 자산을 전개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가능하다. 또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할 수 있다. 어쨌든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이게 최대치라고 본다. 상호 신뢰가 없는 상황이니 하나하나 맞춰가야 한다. 지금의 구도는 크게 보면 북한과 미국의 최고지도자가 통 큰 결단을 하는 것이지만,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기본적으로는 ‘살라미식’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쪼개서 하나하나 맞춰가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방식이다.”

-통 큰 결단이지만 결국은 살라미식으로 갈 수 밖에 없다?

“큰 틀에서 북한은 비핵화, 미국은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고 미북 수교를 한다고 합의하고,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식으로 조율할 수 있다. 미북정상회담은 한번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북정상회담 이후에 고위급 회담이 열리고, 그 과정에서 실무 회담도 진행될 것이다. 최고 지도자들의 합의는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최고 지도자들의 추상적인 합의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이후의 실무회담이나 고위급 회담을 통해 하나둘 맞춰가야 한다. 한국은 여기서도 중매인 역할을 해야 한다. 윷놀이에서 ‘낙’이 발생하지 않고, 또 놀이꾼들이 윷판을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게 한국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정상회담 일정이 급해 성과를 내긴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정상회담을 한번으로 끝낼 필요가 없다. 4월 말 열릴 첫 번째 정상회담에선 비핵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므로 남북 관계는 부차적으로 다룰 수 밖에 없다.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된 뒤 (성공리에) 끝나면, 다시 남북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 미북정상회담 성과를 기반으로 2차 남북정상회담을 여는 것이다. 여기서 비핵화와 평화 체제에 대한 남북 차원에서의 또 다른 협의를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이 북중이나 북일, 북러정상회담 등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지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 극적인 합의가 가능할지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지금 전체적인 국면을 남·북·미의 최고 지도자들이 탑다운(Top-down, 위에서 아래로) 방식으로 끌고 가고 있다. 대화의 방식이 보톰업(Bottom-up, 아래에서 위로)에서 탑다운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기존 인식으로 접근하면 제대로 못 보는 게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를 중매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자신들의 통 큰 결단에 따라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풀어가려고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중매인 역할만 하고 욕심을 내지 않고 있다. 미북 대화 장이 열리도록 멍석을 깔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멍석 밖으로 안 나가게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보인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기존엔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실무진이 여러번 만났다. 하지만 실무 진행과정이 상당히 더디니까 서로가 지치고 오히려 불신만 깊어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하는 대북 특사단이 지난 5일 오후 특별기편으로 평양 공항에 도착,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오른쪽부터 대북 특사단인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청와대 제공

-북한이 이번엔 정말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보나. 북한은 지금 왜 대화 테이블에 나온 것인가.

“김정은이 이렇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핵 무력이 완성됐기 때문이다. 핵 무력이 완성된 상태에서는 미국과 비핵화 논의를 적극적으로 나서도 밀릴 게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북한은 이전에는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대화 테이블에 나갔기 때문에 많이 불리했지만, 이제는 핵 무력을 완성했기 때문에 대화의 판이 깨져도 별로 잃을 게 없다고 보고 있다. 두 번째는, 국제 사회 제재가 북한 주민을 행복하게 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보는 것 같다. 국제 사회의 제재 때문에 손들고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재가 행복한 삶을 방해하는 건 맞다. 지금까지의 제재가 북한을 굉장히 아프게 하진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북한은 미래 제재에 대한 부담감을 가진듯 하다. 북한은 제재가 장기적으로 구조화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국제 사회의 제재가 김정은 체제를 흔들었기 때문에 북한이 대화에 나섰다는 얘기도 있다.

“아니다. 북한 사람들은 제재가 체제를 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20~30년 장기집권을 생각하는 김정은도 미국이나 국제 사회의 제재가 구조적이고 지속적으로 되는 것은 부담스러워한다. 제재가 누적돼 미래에 미칠 영향을 걱정한다. 미국의 군사적 조치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담은 있는 것 같다. 선전 매체 등을 통해 계속 미국의 군사적 조치를 언급하는 것을 보면 안다.”

-북한의 비핵화 언급에 진정성이 있다는 말인가?

“지금은 그런 것 같다. 현재와 같은 탑다운 방식 대화의 중요한 특징은 단계별로 상황을 하나하나 돌파한다는 점이다. 신뢰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상황을 돌파해 나가는 게 아니고 상황을 돌파하면서 신뢰가 쌓이는 것이다. 물론 그 신뢰가 쌓이는 과정에서 대화가 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젠 신뢰가 깨지는 것에 대해 부담이 커져 버렸다. 신뢰를 깨지 않으면서 자기 이익을 취하고 또 돌파해나가면 된다.”

-그런데 지금 이 국면에서 미국의 외교·안보 라인이 대폭 물갈이됐다. 미북정상회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지금 미북정상회담을 가장 하고 싶은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중간 선거 승리가 필요하다. 외교 부분에서의 성과가 중요하다. 외교 부분에서 상당한 불안 요소를 해결하고, 노벨 평화상을 받고 싶은 욕심도 있는 것 같다. 본인이 방관자가 되는 걸 원치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중매인이다. 중매하는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중매가 안 된다. 중매는 철저하게 자신의 역할에만 집중해야 한다. 저는 노벨 평화상 등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모두 돌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 해소가 정말 1m라도 전진한다면 노벨 평화상을 혼자 타게 해도 좋다고 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윤희훈 기자

-문 대통령은 중매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보나.

“1월부터 펼쳐지고 있는 두세 달의 흐름은 한국 외교사에서 전례 없는 일이다. 한국이 조정자 역할을 하며 중간에 서서 미국과 북한, 러시아 중국 일본까지 핸들링해 나가고 있다. 중매하는 한국 외교, 전체를 조정해 나가는 조정자 역할을 하는 외교는 정상회담 급에선 최초다. 우리는 지금까지 늘 주변인이거나 미북 사이에서 양쪽 눈치를 봤다. 우리가 중간에 서서 미국과 북한, 좀 더 폭넓게 중국·러시아·일본 이런 국가들 사이에서 중매 역할을 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한반도에서의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대사건이 될 수 있다.”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담 성사에 대한 회의론이 나온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미북정상회담을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참모들이 ‘김정은에게 말려든다’는 식의 생각이 있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밀어내고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CIA국장을 내정한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큰데 그렇지 않다. 이번 미북정상회담의 성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폼페이오 내정자다. 서훈 국정원장과 폼페이오 국장 라인이 이번 국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 폼페이오 내정자가 미북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이진 않을 것으로 본다. 미북정상회담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남북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임명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일단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안 맞는 사람이다. 사람 자체가 안 맞는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눈빛만 주고받아도 일을 척척 할 사람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해야 한다’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교체하지 않았다.”

-앞서 미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첫술로 군사적 행동을 쓰지 않겠다는 선언을 언급했다. 이걸 반대로 해석하면, 북한에겐 ‘이번 합의를 깨면 군사적 옵션을 쓸 수 있다’는 명분을 줄 수도 있지 않나.

“물론 그렇게 볼 수 있긴 하다.”

-그렇다면 북한입장에선 그 옵션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제안일 수도 있지 않나.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미국이 북한에 군사적 옵션을 쓸 수 없다고 본다.”

 
조선일보DB

-왜 미국은 북한에 군사적 옵션을 쓸 수 없나?

“미국이 북한에 군사적 행동을 한다면 서울은 어떻게 되나.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만약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옵션을 실행하려고 했다면 예전에 했어야 했다. 1994년에도 안 했고, 그 이후에도 할 수 있었지만 안 했다. 북한은 시리아나 이라크 같은 중동국가와 지정학적으로 다르다. 일단 중국이라는 거대한 방파제가 북한을 막아주고 있다. 또 남한 인구 2000만명이 북한 장사정포와 방사포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 미국의 코피작전이나 군사적 옵션은 실제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미북 정상이 만나 비핵화 시기를 못 박지 못하면, 또 시간 끌기로 대화가 흐르지 않을까?

“이번 정상회담이 한번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전 이번 한 번만으로 끝날 것이라 보지 않는다. 제 생각에 남북정상 회담은 올해 최소 2~3번 열린다. 미북정상회담도 이번에 잘 끝난다면 다음엔 평양이나 워싱턴에서 다시 열릴 수 있다고 본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우물에서 숭늉 찾지 말라’ 말은 여기서도 이어진다. 켜켜이 쌓인 갈등이 한번에 해결되겠나. 지금까진 예비게임이다. 사실상 본게임은 미북정상회담에서 시작한다. 링 위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서로 잽도 날리고, 어퍼컷도 날리고, 크런치를 할 것이다. 이 과정은 상당히 긴 여정이 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그 판이 깨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렇게 게임이 진행되면 양쪽 모두 ‘판을 깨면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번엔 좀 참자’라는 인내심도 갖게 된다.”

-북한이 핵·미사일 동결을 선언해놓고 실험실에서 비밀리에 진전 시킬 수도 있다.

“미국이 두려워하는 건 ICBM이다. 이건 실험실에서 못한다. ICBM은 실제로 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 북한의 핵 능력고도화를 막는다는 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실제로 들어가서 확인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역시 복잡한 과정이다. ICBM을 당장 없애라는 게 아니고 현재 상태에서 일단 중단하라는 것이다.


-리비아 모델로 북핵이 해결되는 건 어려울까?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북한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리비아 모델은 쉽게 말하면 리비아가 먼저 핵을 폐기하자, 미국이 제재 등을 풀어준 것이다. 그런데 북한에선 핵을 포기한 카다피와 후세인이 어떻게 됐느냐고 이야기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윤희훈 기자

-하지만 핵을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하면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온게 지난 25년의 역사다.

“핵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나머지 부분에서 진전이 되도 다시 또 리턴된 게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비핵화를 병행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평화와 번영의 선순환 구조’다. 북핵 해결이 진전되면 남북관계가 한층 더 개선되고, 또 이 개선된 관계를 바탕으로 북핵 해결도 따라 진전되는 연쇄고리다. (북핵을 놔둔 채)남북관계를 발전시킨다고 해도 (비핵화까진)가지도 못한다.”

-국제사회의 제제로 금강산 관광이나 다른 경제협력을 풀지 못하는 영향도 있지 않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못 꺼내는 의제다. 이 분야는 제재가 어떤 식으로든 유연화돼야 다룰 수 있다. 미북정상회담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나온 다음 단계에서 가능한 이야기다. 지금은 좀더 지켜볼 때다. 현재 일부에선 왜 정부가 내용을 공개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지금은 공개가 어려운 시점이다. 미북정상회담이 끝나야 드러날 것이다. 미북정상회담 직후에도 바로 공개 안될 수도 있다. 만약 지금 모든 내용이 공개됐다면 과연 대화가 진전될 수 있었겠느냐. 아니라고 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 전남 담양 출신으로 동국 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정책위원과 한국정치학회 북한통일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문재인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에 통일외교안보분과위원으로 참여했다. 문재인정부의 국정 지표 중 하나인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의 작명과 구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7/20180327021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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