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특이한 소식 두 가지가 동시에 전해졌다. 김영철 북 통일전선부장이 예술단 공연 과정에서 우리 언론의 취재를 가로막은 것에 대해 사과했다. 북이 한국 언론의 취재를 방해하는 것은 늘 있던 일인데 처음으로 사과를 했다. 김영철은 이 과정에서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좀처럼 입에 담기 힘든 말을 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직접 지시 없이는 결코 할 수 없는 사과이고 언급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석 달 만인 지난해 8월 북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했다. 가을에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이어가며 언제라도 전쟁을 시작할 준비가 된 것처럼 했었다. 도대체 무엇이 북한을 이렇게 극적으로 바꿔 놓았을까. 이 수수께끼에 대한 답이 외신을 통해 전해진 북한 스포츠 관련 단신 속에 숨어 있다.

북한 축구대표팀의 예른 안데르센 감독은 최근 '경제적 상황'을 이유로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6년 5월부터 북한 축구팀을 이끌어 온 안데르센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 더 머무르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북한을 떠나는 이유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 스포츠에까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축구광으로 알려졌는데 외국인 감독을 제대로 대우 못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동아시아 축구 경기대회에 참가한 북한팀은 제재 때문에 상금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귀국 선물 하나 사지도 못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중(對中) 광산물 수출액은 6억4000만달러로 2016년에 비해 56% 줄어들었다. 중국으로부터의 석유 수입도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 지금의 남북 유화 무드 속에서도 유엔 안보리는 북한 선박 27척 을 포함, 총 49개 명단을 대북 제재 리스트에 추가했다. 북한이 거친 말과 험악한 표정을 거두고 미소 공세를 보내게 만든 것이 바로 이런 최대한의 압박이다. 북한이 입으로 꺼낸 비핵화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게 만드는 힘도 마찬가지로 북이 고통을 느끼는 제재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어떤 남북 이벤트가 있어도 좋다. 제재만 흔들지 않으면 북핵은 없앨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02/20180402025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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