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6월 초 북한과 일본의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소식이 북한 지도부를 통해 노동당 간부들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9일 보도했다. 북한이 일본과의 정상회담 의사를 나타낸 것은 2011년 12월 김정은 정권 출범 후 처음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 최근 북한 노동당이 당 간부들에게 배포한 정치 교육 학습 자료집에 “6월 초에 북일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자료집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외교 수완을 칭송하고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5개국에 대한 북한의 외교 정책을 담고 있다.

 
김정은(왼쪽에서 두번째)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맨 왼쪽)가 2018년 3월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만찬 전 환영 행사가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지도부는 대일 정책 관련 자료집에서 “일본 정부가 최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을 통해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북한 측에 타진했다”며 “북일 정상회담은 5월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이후 6월 초 평양에서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료에는 일본이 2002년 북일 평양선언을 통해 국교정상화의 조건으로 제시한 일본인 납치문제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 등에 대한 언급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북한 언론이 일본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도부가 북일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일본의 경제적 지원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한 소식통은 “북한에게 안보 문제의 상대는 미국이지만, 대규모 경제 지원을 바랄 수 있는 것은 일본 뿐”이라며 “(일본에 대한 비판을 계속함으로써) 협상 조건을 (북한에 유리한 쪽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북한 내에서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하면 200억~500억달러 규모의 경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과 일본은 2002년과 2004년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주요 쟁점이었던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관계가 냉각됐다. 이어 양국은 2014년 납치 피해자 소식을 재조사하는 ‘스톡홀름 합의’를 체결했지만, 북한이 2016년 조사 전면 중단을 통보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일본 정부는 앞서 “주중 일본대사관 등 다양한 경로와 수단으로 북한과 정상회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북 강경노선을 고집하던 아베 신조 일본 총 리가 돌연 김정은과 대화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북한이 최근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합의하고 중국을 방문하는 등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이면서 일본 내 ‘재팬 패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사학비리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이에 대한 돌파구로 김정은과 만남을 시도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9/20180329006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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