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시진핑 만났다]

시 주석, 왜 김정은 만났을까
韓·美·北 3자 대화국면서 '차이나 패싱' 차단하고 美에 주도권 안뺏기려는 의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전격적으로 만난 것은 최근 북·중 관계에 비춰보면 예상하기 어려웠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시 주석과 김정은 만남은 처음이다. 2012년 집권한 김정은을 6년여 동안 만나주지 않던 중국이 미·북 정상회담을 발표(9일)한 지 17일 만에 만난 것이다.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지난해 11월 자신이 보낸 특사를 만나주지 않은 김 위원장에 대한 시 주석의 불만은 베이징 외교가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북·중 관계는 '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도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만난 것은 우선 5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의 속내가 궁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자크 드릴 교수는 2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으로선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만남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뭘 추구하는지 알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왔던 중국으로선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진의(眞意)를 직접 확인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1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방중했을 때 그를 4시간 이상 붙잡고 김정은 위원장의 속내와 스타일 등에 관해 '물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물어봤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한·미·북 3자 주도의 대화 국면에서 중국이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차이나 패싱'을 차단하고, 자신의 대북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시 주석으로선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 앉을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전격적인 방중은 판에 다시 끼려는 중국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시진핑 주석은 (한·미 정상들에 이어) 세 번째 순서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게 되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미·북 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되자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대화 노력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미국에 뺏길까 봐 불안한 처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환구시보 등은 "북한만으로는 한·미에 맞설 수 없다"며 "중국만이 북한을 도울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8/20180328002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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