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천안함 폭침 8주기… '천안함재단' 손정목 이사장 인터뷰]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남, 서해수호의날엔 대통령 안 와
최근엔 다시 천안함 괴담 번져…
작년 현충일때 자리 배정 못받고 국군의날 행사선 주빈석서 빠져"
 

"천안함 유족들이 바라는 건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잃은 46용사를 대한민국이 기억하고 그 명예를 지켜달라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이 소망을 이루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정목(63) 천안함재단 이사장은 천안함 폭침 8주기(3월 26일)를 하루 앞둔 25일 서울 영등포 재단 사무실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천안함 유족들은 폭침 주범인 김영철의 방한(訪韓)으로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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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목 천안함재단 이사장은 25일 재단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천안함 유족들은 2010년 이후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손 이사장은 "천안함 유족들은 전 정부와 비교해 문재인 정부에서 자신들이 홀대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유족들은 작년 현충일 행사 때 자리를 배정받지 못했고, 헌화 대표 명단에서도 빠졌다고 한다. 작년 해군 평택 2함대에서 열린 국군의날 행사에선 유족들이 주빈석에서 제외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없었던 일이었다.

천안함 유족들은 이번에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꼽히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평창올림픽 폐회식 때 북한 대표로 오는 것에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와대에도 항의 서한을 두 차례 보냈다. 2010년 이후 천안함 유족들의 첫 단체 행동이었다. 손 이사장은 "숨진 남편이나 아들 명예에 혹시라도 해가 될까 봐 항상 숨죽여 살아왔던 천안함 유족들이 오죽하면 이랬을까 생각해 달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조금이라도 천안함 유족을 배려했다면 대표를 바꿔달라고 북한에 요구하거나, 사전에 유족에게 양해라도 구했어야 했다"고 했다.

그는 "천안함 유족들은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맞는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꼭 올 것이라 믿었다"고 했다. 서해 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과 천안함 폭침(2010년 3월 26일), 연평도 포격(2010년 11월 23일)으로 전사한 장병 55명을 합동으로 추모하기 위해 2016년 제정됐다. 매년 3월 넷째 주 금요일 열리는데, 올해는 지난 23일 열렸다.

1회 때는 박 전 대통령이, 2회 때는 탄핵 정국으로 황교안 당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22~28일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을 이유로 불참했다. 손 이사장은 "진보 단체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문 대통령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안 온 것이라고 유족들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손 이사장은 "천안함 승조원에 대한 천안함 괴담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은 5개국 국제합동조사단이 2개월여 동안 조사한 끝에 북한 소행이라고 결론이 났다"며 "그런데도 천안함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들은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손 이사장은 "천안함 교훈은 북한이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도발할지 모른다는 사실과 우리 군은 이러한 북한 도발에 항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남북 대화 분위기에서도 이를 절대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손 이사장은 해군 예비역 중장(해사 32기) 출신이다. 천안함 폭침 당 시 해군 대책본부장을 맡아 경기도 평택 2함대 현장에서 40여 일 동안 사태 수습을 하고 유족을 살폈다. 재단 이사장에는 지난 2016년 12월 취임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에서 살아남은 승조원 상당수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으로 고생하는데, 사회 시선이 두려워 이를 숨기고 있다"며 "남은 임기 동안 이들을 보살피는 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6/20180326001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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