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준 워싱턴 특파원
조의준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TV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에서 "넌 해고됐어"란 말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실제 그가 운영했던 '트럼프 그룹'은 사람을 해고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가족 회사라 팀워크를 중요시했고, 그의 측근 중에는 골프장 캐디에서 시작해 사장까지 오르는 등 오랜 기간 함께한 사람이 많았다. TV의 모습은 '계산된 파격'이었던 것이다.

1980년대 뉴욕시는 센트럴파크의 아이스링크를 6년간 1300만달러를 들여 수리했지만 고치지 못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300만달러로 4개월 안에 수리하겠다고 큰소리쳤다. 뉴욕시가 비웃으며 해보라고 하자, 그는 캐나다에서 최고 기술진을 불러들여 맨하탄의 고급 호텔에 숙박시키며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 공사는 정말 4개월 만에 끝났다.

그러나 최근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의 '트윗 경질'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퇴임 발표까지 이어지는 외교·안보팀의 혼란에선 이 같은 '계산된 파격'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전격 수용하는 쇼맨십은 여전하지만, 그의 성공을 뒷받침했던 안정된 팀과 인재들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2일(현지 시각) 맥매스터를 자르고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대사를 신임 NSC 보좌관으로 임명할 때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까지만 해도 "새로운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측근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오전 볼턴을 백악관에서 만난 뒤 생각을 바꿨고, 순식간에 인사가 이뤄졌다. 다음 날엔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트위터로 상·하원이 통과시킨 예산안에 서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법안은 전날 밤 백악관과 조율을 거친 것이었다. 그러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부터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등 각료들이 총출동해 뜯어말려 겨우 법안에 서명을 시킬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년 차를 맞아 점점 더 자신의 '감(感)'에 따른 정치를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같은 본능적 판단이 오는 5월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이대로라면 한반도의 운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당일 기분에 따라 결정될 수도 있다. 여기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와 볼턴 등 강경파 일색인 새 외교·안보팀은 그의 실수를 메워줄 완충 장치가 되기엔 부족해 보인다.

현 시점에서 미·북 정상회담엔 섣부른 기대보다는 파국을 막기 위한 신중한 접근이 더 필요하다. 자칫 협상이 실패하면 한반도는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진전 상황에 따라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낙관적 발언이 걱정되는 이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5/20180325019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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