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서해안공단 부지를 ‘개성(개성)’으로 확정하면서 현대의 대북사업은 ‘관광’ 위주에서 ‘공단개발’이라는 대단위 프로젝트로 한 단계 높아졌다.

하지만 개발사업을 담당할 현대건설이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대가 대북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나’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현대는 물론 사업자금 확보를 자신하고 있다. 북한의 저임금·고생산성의 매력을 노려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벌써부터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게 현대의 판단이다. 현대는 공단개발로 그간 대북사업에 투자한 원금을 일거에 만회하겠다는 각오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현대 대북사업자금, 중장기 10조원=현대가 추진 중인 대북사업은 ▲금강산 종합개발 ▲통천 경공업단지 ▲서해안공단 개발 등 크게 3가지. 이들 사업을 추진하는 데 소요될 자금규모는 굵직한 것만 따져도 18억7500만달러(2조750억원).

‘개성 공단’사업에만 최소 10억달러가 소요되고 금강산 종합개발 사업은 앞으로 8억7000만달러가 추가로 들어간다. 통신서비스 사업·사회간접자본(SOC) 개발사업 등까지 따지면 중장기적으로 1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현대 자체의 분석이다.

◆현대의 자금 조달 구상=현대아산 관계자는 “앞으로 8년간 총 10억달러가 소요되는 개성 공단사업의 경우 국내외 합작출자선을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가 북한 측에 투자보장장치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도 외자유치를 겨냥한 것이다.

현대는 일종의 투자전담 중개법인(SPC) 형태로 ‘공동건설사업단’을 구성,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공동출자를 받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공단 분양수입과 임대수입을 담보로 ABS(자산담보부 채권)를 발행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주)현대아산은 “부산 신발지식산업 협동조합과 투자의향서를 체결하는 등 수백여 업체가 공단입주 의사를 밝혀 ABS 발행에 지장이 없다”고 낙관했다. 현대는 대대적인 해외로드쇼 일정도 잡아 놓고 있다. 금강산호텔 건립 사업도 개발비(2억1000만달러)의 절반(1억달러)을 세계적인 호텔체인들의 참여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는 설명.

◆현대 신뢰도가 걸림돌=현대가 희망한 대로 자금을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현대 대북사업에 대해 기업들의 관심이 늘긴 했지만 대단위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의 대북사업 독주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4대 그룹의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외국기업 역시 국내 대기업과의 컨소시엄 형태로 공동진출을 꾀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된 움직임은 잡히지 않고 있다.

/이광회기자 santafe@chosun.com

◇ 대북사업 투자 현황 및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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