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격동의 봄']
4·5월 韓·美·北 연쇄 정상회담 앞두고… 동북아 치열한 '북핵 외교전'
 

한국의 '중매외교'로 미국이 5월 안에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면서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일본, 중국 등은 이해득실을 계산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북 회담이 실제 성사될 경우 거래 조건에 따라 동북아 판도가 요동칠 전망이다. 6자회담 등 기존 북핵 해결 전략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판이 짜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 내에선 미·북 외교 접촉을 시작으로 주변국으로 참여를 확대하는 로드맵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 정의용은 중국으로, 서훈은 일본으로 오늘 출국

특사단, 시진핑·아베 면담 예정
靑 "문 대통령, 직접 통화도 검토"

정부, 美·北과 큰 틀의 합의 본 뒤
중·러·일 참여하는 다자회담 구상

우리 정부는 12일부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을 중국, 일본, 러시아에 보내 본격적인 북핵 협의를 시작한다. 남북과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더라도 북한의 이행을 담보하고 안정적이고 확고하게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일·러 등 주변국과 협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이번 주변국 방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기한 '북핵 폐기와 동북아의 평화체제 구축' 구상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화의 초기 단계부터 주변국이 모두 포함된 6자회담을 추진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큰 그림'을 그린 이후, 남·북·미·중 4자회담과 6자회담을 연쇄적으로 갖는다는 전략이다.

◇정의용은 시진핑, 서훈은 아베 만난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11일 미국에서 돌아와 문 대통령에게 1시간 15분간 방미 결과를 보고했다. 귀국 직후 기자들을 만난 정 실장은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고 미·북 간 정상회담도 성사될 것 같다"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의 조기 달성, 또 그것을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용기 있는 결단도 높이 평가한다"며 "앞으로 두 번의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개최되고 외교적 성과가 생기도록 외교적·실무적으로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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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단, 文대통령에 訪美결과 보고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고 온 특사단으로부터 방미 결과를 보고받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정 실장, 문 대통령, 서 원장. /청와대

정 실장은 12일 오전 베이징에 가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하고, 서 원장은 이날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과 함께 일본에 가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난다. 정 실장은 12~13일 중국 일정을 마친 뒤 곧바로 14~15일 러시아도 방문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직접 관련·주변국들에 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남·북·미가 우선 로드맵 그릴 듯

정부는 이번에 우리가 추진해 온 '핵·미사일 실험 중단→ 핵 시설 검증·폐기 → 핵물질 폐기'의 3단계 비핵화 로드맵이 초기 성과를 거둔 만큼 단계적 접근 전략을 계속 펴나간다는 방침이다. 미·북 대화의 첫 단계(입구)가 미·북 양쪽으로부터 사실상 동의를 받은 것을 기초로 앞으로 남북, 미·북 대화에서 북에서 추가적인 '핵 동결 조치' 약속을 받아낸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담판에서 진전된 성과를 이끌어낸 뒤 이를 갖고 미·북 간 합의를 유도한다는 전략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와 북한이 요구하는 안보·경제적 조치를 어떤 순서로 해나갈지는 어려운 과제다. 북한은 핵무기·핵물질·핵시설에 대한 정보 공개, 동결 및 사찰, 핵 폐기와 감시 체제 복귀 등 단계마다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미국은 일정 정도의 핵 폐기 조치가 선행되고 검증 결과가 나와야 미·북 수교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의 해제를 고려할 것이다. 정부는 4~5월 연쇄 정상회담과 그 준비 과정에서 남·북·미 3자 간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외교 소식통은 "우리가 이번처럼 단계마다 미·북 간 중재역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일단 남·북·미가 큰 틀의 합의를 본 후에는 주변국이 참여하는 다자 회담으로 넘어간다. 북한을 좀 더 적극적인 비핵화로 이끌어내고 평화체제 구축 논의 등을 하려면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이 불가피할 수 있다. 비핵화 협상의 타결로 북핵 검증과 대북 경제 지원 등을 위한 국제 컨소시엄이 생기면 일본의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협조도 중요하다. 정부 당국자는 "우선 남·북·미 3자 간에 큰 틀을 잡고 이후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 일·러를 포함한 6자회담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했다.

[중국] 역할론 내세운 中 "우리 협력 없인 북핵해결 못해"

"쌍중단 해법이 한반도 긴장 풀어"
'차이나 패싱' 될까 견제나서

한국의 중재로 미·북이 정상회담에 합의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자, 중국 관영언론들이 일제히 '중국 역할론' '중국 방식'을 강조하며 '차이나 패싱'을 견제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0일 시론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은 '중국의 도(道·방법)'를 떠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화통신은 "최근 한반도에서 오랜만에 긴장 완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만약 남북, 북·미 회담이 실현된다면 전략적 오판을 줄여 전쟁이나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매우 중요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그러면서 "최근 한반도 진전은 중국이 제기한 쌍중단(雙中斷, 북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의 군사훈련 동시 중단) 제안과 연관이 있다"며 "중국의 방법과 지혜는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고 대화를 실현하는 데 확실한 선택 사안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이어 "서로 위협적 언사를 일삼아왔고, 무력을 과시해 온 미국과 북한 간에는 중요한 입장차가 존재한다"며 "북·미가 고위급 회동을 할 때 중국이 제안한 화해의 방법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관영 영자 글로벌타임스는 11일 자에서 자국 전문가를 내세워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청샤오허(成曉河)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항상 북·미 대화를 촉구해왔고 한반도 상황 중재와 비핵화를 위해 실제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위해 경제적인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미·북 협상 실현을 위해서는 대북 제재가 지속돼야 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은 여전히 중국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건으로 예상되는 체제 안전보장 및 경제적 보상은 중국의 참여와 협력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자신의 역할을 이처럼 강조하고 나선 것은 미·북 정상회담으로 인해 중국이 주변화되는 '차이나 패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일본] 다급해진 日 "북핵 사찰 초기 비용 3억엔 부담 검토"

"완전히 일본 머리 위에서 정해져"
북핵 대화서 외교적 고립 우려

"이런 타이밍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일본 외무성 간부) "완전히 일본 머리 위에서 정해졌다."(전직 방위상)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급진전되면서 일본 외교 실무자와 안보 전문가들이 불안감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 언론은 11일 '닛폰누키(日本日本抜き)'와 '아타마고시(頭越し)'라는 표현으로 현 상황을 압축했다 '닛폰누키'는 일본을 뺀다는 뜻이고, '아타마고시'는 자기도 모르게 자기 머리 위에서 휙휙 일이 진행된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결정한 뒤, 9일 오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사후 통보한 게 발단이다. 지난 6일 한국이 남북회담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미·일은 대외적으로 똑같이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은 일본과 사전 협의 없이 대화를 결단했다"면서 "'미국으로부터 버림받는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이미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 타협해버리면, 미국이라는 바람막이 없이 북한 미사일 사정거리 안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팬 패싱(일본 배제)'에 대한 우려가 강해지면서, 일본 정부가 관련 논의에 뒤늦게라도 적극 참여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교도통신은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에 응할 경우, 일본이 핵 사찰에 필요한 초기 비용 3억엔(약 30억원)을 대는 방안을 일본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미·일이 100% 함께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총리 관저와 외무성 관계자들도 "미·일 관계가 역대 최상이며, (미국이 일본 빼고 뭔가 결정하는) '서프라이즈'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이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미국에만 의존하다가 대화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산케이신문은 "과거에도 미국은 여러 차례 일본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북한과 협상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12/20180312003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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