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이들이 만날 장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는 미국 워싱턴DC 혹은 북한 평양이 아닌 제3의 장소를 물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는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과 비무장지대(DMZ), 서울, 베이징, 도쿄, 뉴욕, 제네바의 유엔(국제연합) 본부 등이다.

그러나 양측이 외교 관례를 깨고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온 터라 정상 회담 장소도 예상 외의 장소로 결정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가령,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인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도 정상회담 장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8일(현지 시각)전했다. 트럼프가 이곳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여러 정상을 맞이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월 중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이같은 내용의 트럼프 대통령 접견 결과를 발표했다. /조선일보DB

가디언은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과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이 1972년 중국에서 만난 것과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198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사건 이후로 가장 주목되는 정상회담”이라며 “만남의 장소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양국 정상이 최초로 만나는 자리인만큼 워싱턴나 평양보다는 제3국 등 상대국에 부담을 주지 않는 중립적인 장소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짐 월시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안보학 선임 연구원은 “현재 김 위원장이 워싱턴으로 올지,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으로 갈지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그러나 서울과 베이징 등 다른 장소에서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대북정책조정관은 “김 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까지 가는 것도 모두 바람직한 결정은 아니다”라며 “아울러, 북한은 중국을 통해서가 아닌 직접 미국과 협상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중국도 회담 장소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랭크 아움 미국평화연구소(USIP) 북한 전문가는 “내가 아는 한 김정은은 권력을 잡은 이후로 단 한번도 북한을 떠난 적이 없다”며 “다음달 말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는 만큼 이곳이 북미정상회담을 열기에도 적합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움 북한 전문가는 과거 전례를 비춰보았을 때 ‘선상 회담’을 대안으로 추천했다. 19 89년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은 구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유럽 몰타의 한 크루즈선에서 만났는데, 이 회담이 양국간 냉전을 끝내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대니얼 데이비스 전 미국 국방부 대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평양이나 서울을 방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일본 도쿄 같은 의외의 장소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9/20180309018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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