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5일 서울 옥수동 한 카페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섣부른 북미 대화 중재는 오히려 미국 내 대화파의 힘을 잃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윤희훈 기자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5일 “현 정부는 폐암 때문에 나는 열을 낮추기 위해 옛날식 감기약 처방을 내리고 있다”며 “섣부른 대화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신 전 본부장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정부는)1994년 처음 북핵 사태가 촉발됐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대화만을 고집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본부장은 “지금은 오히려 강력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더 강력한 대북 제재를 해야 할 때”라며 “그래야만 북한이 어거지로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압박과 제재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비핵화를 인정하며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신 전 본부장은 “어설픈 북·미 대화 중재는 미국 내 대화론자들의 힘만 잃게 만들 것”이라며 “그러면 미국이 군사 옵션을 사용하는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1994년 북한 핵능력은 초기 수준이었기에 핵동결은 비핵화와 같은 의미였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핵동결 카드는 북한 핵 수준을 간과한 얘기”라고 했다.
그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는 단순히 비핵화 대화를 시작하는 입구에서 검토하는 카드가 아닌 비핵화 출구에서 검토할 수 있는 카드”라며 “지금 훈련을 연기하거나 중단하면 우리는 북한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잃는 것”이라고 했다.

아래는 신 전 본부장과의 인터뷰 전문.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윤희훈 기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특사단 자격으로 오늘 방북한다. 특사단 파견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나라 안에서도 반대는 많았지만, 평창 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 때 저쪽에서 특사를 보낸 만큼 답방 형식의 특사는 필요했다고 본다. 다만 중요한 건 메시지다. 핵무력을 인정하는 가운데 열리는 북미대화는 미국이 수용하지 않고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거는 것 역시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2016년 이후로 실행된 포괄적 경제제재가 올해는 더욱 강력해 질 것이라는 경고를 전달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 등을 고집하면 더욱 강력한 유류 제한까지 들어와 버티기 어려울 것임을 강조해야 한다. 트럼프가 북한에 대해 ‘군사적 옵션도 쓸 수 있다’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공언해 왔는데 이걸 우리가 막을 수 없다고도 말해야 한다. 과거 미국은 본토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상으로 이라크를 지목해 왔는데, 지금은 그 위협 대상이 북한으로 바뀌었다. 이런 점을 얘기해 북한을 회담장으로 이끌 생각을 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을 이라크처럼 본다는 얘기인가?
▲아직 이라크 급의 전쟁 대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다. 당시 미국은 사담 후세인이 대량 살상 무기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무기를 아라비아 반도와 글로벌 위협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전쟁을 일으켰고 후세인을 제거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력 완성을 인정할 수 없고, 비이성적 정권이기 때문에 그 능력이 억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시리아에서 사용된 화학 무기가 북한제라는 등의 보도가 새삼스럽게 나오고 있는데 상당히 위험한 신호다. 북한이 시리아와 군사 협력을 하고 있다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는데 최근 이와 같은 사실이 부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이 대량 살상 무기 확산 국가가 될 것이라는 명분을 쌓고 있다.

-미국의 군사적 옵션, 소위 ‘코피작전’도 가능하다는 얘기인가.
▲충분히 가능하다. 미국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고 공언했다. 코피작전은 미국이 쓸 수 있는 가장 가벼운 군사옵션이다. 경제적 압박으로 핵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북한의 정치적 의사를 꺾을 수 없다면 군사적 옵션으로 굴복시키겠다는 것이다. 레짐 체인지(정권 전복) 수준은 아닌 가볍게 ‘코피’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게 안 되면 미국은 이빨이 빠지게, 더 나아가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수준의 군사적 옵션도 검토할 수 있다.

-코피전략으로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지 않나?
▲사람들은 북한이 우리보다 잃을게 훨씬 적다고 말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헤네시 코냑’과 ‘기쁨조’로 상징되는 독재를 누리는 김정은은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다. 김정은은 밥상머리에서부터 김일성·김정일의 지도를 받아온 냉철한 전략가임과 동시에 잃을 게 많은 인물이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의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코피작전을 실행하더라도 김정은이 반격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 북한의 지휘통제실을 무력화하면 즉각적인 반격은 불가능하다. 김정은이 생존을 위해 인내를 선택한다면 서울은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가운데)을 수석 대북특사로 하는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이 5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서 특별기에 탑승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특사인 서훈 국가정보원장, 수석특사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연합뉴스
-현 정부가 그런 논리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보나.
▲이런 설득은 물론 공개적·공식적으로 할 수 없고 비공식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남북 접촉을 비공개로 진행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은 공개된 남북대화다. 김여정의 답방 형식으로 가는 특사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낙연 국무총리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특사로 가야 했다.

-과거 이후락 중앙정보부장도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거 아닌가?
▲이후락 중정부장이 당시 다녀온 것도 부적절하다고 본다. 국가정보원은 북한과의 소통 창구가 아니다. 북한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탐지하고 필요하면 공작을 하는게 국정원인데, 소통을 하러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또 이후락 중정부장도 당시 비공개로 북한에 다녀왔지 지금처럼 공개적으로 다녀오진 않았다. 이후락은 이후 방북을 개인 정치에 이용하면서 우리 대북 정책에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의용 실장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안보실장은 우리나라의 외교·통일·국방을 총괄하는 자리다. 그가 방북하는 순간 모든 안보 이슈의 최우선 순위는 북한 문제가 된다. 역시 적절치 않다.

-문재인 정부는 어쨌든 특사까지 파견하며 북·미대화 중매인을 자청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가 되면 ‘내가 한번 잘해보겠다’는 식의 다짐이 처음엔 있을 수 있다. 미국도 ‘한번 해봐라. 하고 싶은대로 해보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봐라’ 차원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문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기 전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말했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후 사드를 어떻게 대했나. 결국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미·북 대화를 중재하는 과정에서 주의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신뢰 유지다. 지난해 한미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 언론이 주목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양 정상은 역내 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미·일 3국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한·미 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규범에 기초한 질서를 지지하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공조해나갈 것을 확인했다’는 대목이다. 한·미·일 안보방위협력 발전을 정상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이게 만약 보수 정권이었다면 진보 매체에서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규범에 의한 아태질서’도 그렇다.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양국이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서로 보완해준다’는 규정을 염두에 둔 내용이다.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문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3NO’를 말한 것과 대치되는 부분인 것 같다
▲그렇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사일 방어체계(MD)에 편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이 군사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3NO’를 약속했다. 미국과 중국에서 볼 땐,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미국에선 한·미·일 안보방위협력 강화를 말하고, 중국에 와선 안한다고 하니까 시진핑이 믿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3NO’를 밝혔음에도, 사드 보복 조치를 어정쩡하게 풀어준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미국과 중국의 ‘코리아 패싱’ 현상이 짙어질 수 밖에 없다.

-코리아 패싱 현상이 재발한다?
▲한국의 역할이 필요없으니까 패싱 당한다는 뜻이 아니다. 한국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패싱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어떤 사안을 논의할 때, 직급은 낮지만 옳은 소리를 계속하는 직원이 있으면 이를 무시하지 못한다. 그런데 직급이 낮은 직원이 여기선 이 소리, 저기선 저 소리 하면 ‘넌 좀 빠져’ 식의 취급을 받게 된다. 북핵 문제는 미국이나 중국보다 우리에게 더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우리가 충분히 지분을 가져갈 수 있는 의제다. 신뢰를 잃는 언행으로 지분을 넓히지는 못할 망정, 지분을 깎아선 안된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윤희훈 기자
-현 정부에서는 ‘핵폐기’가 아닌 ‘핵동결’ 얘기도 나온다.
▲북한의 핵 수준을 간과한 발언이다. 1994년 10월21일 제네바 합의를 체결했을 당시, 북한의 핵능력은 초기 수준이었기 때문에 핵동결은 비핵화와 같은 의미였다. 하지만 이제 북한의 핵과 운반체(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결합을 앞둔 상태다. 학자마다 의견이 갈리긴 하지만, 북한은 6차 핵실험에서 수소탄 실험도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본다. 또 화성 12형으로 괌이 타격권에 들었고, 화성 14·15형은 미국 본토까지 도달하려 하고 있다. 핵동결, 단순 핵실험 중지는 북한이 향후 핵 능력을 갖추는 데 큰 영향을 못 준다.

-정부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연기나 중단 카드를 대화 카드로 생각하는 것 같다.
▲김정은은 2015년부터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얘기하면서 6·15와 10·4 합의를 강조해왔는데, 올해엔 이 내용이 빠졌다.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국의 지원을 바랐는데, 유엔 제재로 그게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유엔제재로 우리 정부의 대북 지원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카드가 한미군사훈련이다. 군사훈련 중단 카드는 비핵화 출구에서 검토할 카드인데, 이걸 대화에 앉는 조건으로 검토해버리면 우리는 북한을 비핵화로 견인 할 수 있는 카드를 잃게 된다. 북한의 핵 위협은 최근에 생겼고, 한미군사훈련은 우리가 처음부터 갖고 있던 카드다. 북핵 사태의 핵심은 북한의 핵이 한미 동맹을 흔드느냐. 북중 동맹을 흔드느냐의 싸움이다. 한미 동맹이 흔들리며 우리는 북한과 1대1 싸움을 각오해야 할 것이고, 북중 동맹이 흔들리며 북한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한미 동맹, 북중 동맹이 북한 핵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가?
▲북한의 핵위협이 증대될수록 북한 정권과 중국을 향한 위협은 점점 더 커진다. 일종의 패러독스다. 북한이 핵위협을 하지 않을 때는 미국이건 한반도 주변의 다른 국가이건 모두 ‘현 상태 유지’를 원했다. 천안함 폭침 등 북한의 재래식 도발에 우리 정부가 강경 대응하려 했지만, 미국이 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미국이 북한 정권 전복 수준의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으로부터 연간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통상 압력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일본까지 포함한 한·미·일 연합 전선으로 이 국면을 돌파하려 할 것이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15개 국가 중 인도를 포함해 13개국이 중국의 적대 국가다. 이렇게 되면 동북아, 아니 아시아 정세가 ‘중국 대 반중국’의 구도로 몰리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북핵 허용은 동아시아, 동북아시아, 그리고 아시아 전체에서 중국의 부상을 허용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은 이를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미 동맹이 강화돼야 할 시점에서 미국은 통상압력을 넣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의 열쇠는 미국이 갖고 있다. 북핵은 미국의 마지막 라이벌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미 동맹 나아가 한·미·일 동맹을 강화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미국의 말을 안 듣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이프가드를 비롯해 통상적 압박을 넣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중국이 사드를 핑계로 유커와 롯데 문제 등 경제를 흔드는 것을 봤고, 한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보와 통상은 별개’라고 말했는데.
▲중국이 이미 사드라는 안보적 이유로 통상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나. 안보적 위협 때문에 통상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은 달러라는 기축 통화를 무기로 언제든 우리나라의 금융을 흔들 수 있는 나라다. 북핵이라는 안보 이슈는 우리 통상·금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994년 미국이 주한미군 가족 철수 훈련을 실시했을 때도 주가가 폭락했다. 국내와 해외 시장의 연계도가 낮았던 그때도 그랬는데 지금은 더욱 심각한 패닉이 올 것이다. 도대체 어떤 참모가 그런 조언을 했는지 궁금하다. 현재 우리 입장에선 “동맹이니 우린 봐달라”라고 해야 될 때 아닌가. 되려 대통령이 ‘안보와 통상이 다르다’고 했으니, 미국에게 동맹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통상과 금융을 마음껏 흔들 수 있는 보검을 갖다 바친 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를 추진한 현 정부의 열의는 인정하자는 평가도 있다.
▲열의는 인정한다. 하지만 그 열의를 통해 평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 미국에 있는 3가지 유형의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미국 내에는 현재 최대한의 경제적 압박으로 평화적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아직 보는 정부 당국자,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의 외화가 고갈되고 스스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데 2~3년이 걸릴 텐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군사적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경파, 소수지만 미국이 결국 북한의 비핵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하고, 미국의 안전을 위해 서울과 도쿄를 아예 버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이 있다. 현 상태에서의 섣부른 대화는 경제적 압박으로 평화적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의 입지를 자칫 잘못하면 좁힐 수 있다.

-대북 특사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섣부른 대화는 미국 대화론자들의 힘을 떨어트려 버릴 수 있다. 미·북 대화 환경이 조성되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같은 사람들이 대화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대화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대화론자들은 순식간에 힘을 잃게 된다. 오히려 강경파들이 득세하게 된다. 지금 북핵으로 촉발된 한반도의 열은 감기가 아닌 폐암 때문에 나는 열이다. 1994년 북핵 사태는 감기약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 2003년엔 임동원 특사를 파견해 폐렴에 대한 치료를 하려했지만 실패했다. 지금은 폐암 때문에 열이 나는데, 현 정부는 감기약만 처방하고 있다. 효과가 있겠나. 정밀검사를 하고 항암치료를 해야하는데 진통 해열제로 고치려 하고 있다. 제네바 핵동결은 감기에 대한 치료, 2003년 6자회담은 폐렴에 대한 치료였다. (대화라는)진통제를 좀 먹으니까 ‘이제 괜찮네’ 하며 돌아다닐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을 간과하는 그룹에서 이 문제를 다루면 병만 악화하고, 치료의 시기만 놓칠수 있다.

-이번 대화 국면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수많은 대북 제재를 깼다는 지적이 있다.
▲북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대북 제재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16년 시행된 유엔 대북제재결의안 2321호 이후다. 이전까지의 제재는 무기 부품 거래 등에 한정됐었는데, 이 제재부터 북한의 수·출입이 직접 통제되기 시작했다. 이 제재로 작년부터 북한은 경제적 타격을 입기 시작했고 이후 이어진 제재가 지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었지만, 지금과 그때는 다르다. 북한은 지금 겉으로면 사회주의일 뿐이지 경제의 근간은 ‘장마당’으로 불리는 자본주의로 유지되고 있다. 북한이 절박한 마음으로 평창 올림픽에 나온 지금은 더욱 강력히 제재할 때다.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 전에 북한의 핵·미사일이 완성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은 이란보다 더 강력한 경제 제재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본다. 북한의 대외 거래는 대개 공기업이 하고, 그 오너는 김정은이기 때문에 통상이 막히면 김정은에게 직접 타격이 간다. 지금 미국이 하던 대로 강력한 해상봉쇄와 군사옵션 준비로 위협을 계속하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도 힘들어진다. 1년만 지나면 북한은 제재와 압박에 견디지 못해 대화에 나올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붕괴하겠다는 공포와, 핵을 내려놓아도 자신의 정권이 유지될 수 있다는 당근책이 결합해야만 북한은 과감하게 비핵화를 고민할 것 이다. 그 사이 ICBM이 완성된다 하더라도 북한으로선 위험지수만 높아진다. 핵 능력이 진전될수록 미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강경 목소리가 더욱 높아진다. 북한이 만약 ICBM을 발사 하더라도 미국 입장에선 MD(미사일방어체계)로 격추시키면 그만이다.

☞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예비역 중장) : 육사 37기 출신인 신 전 본부장은 군 현역시절 '군사전략통'으로 통했다. 육군 제3사단장과 수방사령관을 지냈으며, 합참 작전본부장과 합참차장을 역임하고 2015년 10월 전역했다. 현재는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5/20180305014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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