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가, 文대통령 구상에 우려]

'대화문턱 낮추라'는 靑에도 불만 "韓美가 한목소리 내도 모자란데… 비핵화 의지 있는지 혼란스러워"
군사위 이끌고 방한했던 美의원 "한국이 北위협에 눈뜨도록 촉구"
 

대북 특사단 파견을 통해 미·북 대화를 '중매'하려는 문재인 대통령 구상에 대해 미국 내에서 우려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미·북 간에) 중매를 서는 입장" "미국도 대화 문턱을 낮출 필요 있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워싱턴 조야(朝野)에서 확산되고 있다.

한·미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중매를 서겠다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미국 측 인사들이 적지 않다"며 "한국도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데 미·북 간 협상 중개만 하고 비핵화 달성에는 관심 없다는 뜻인지 혼란스럽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에서 미국을 향해 '대화 문턱을 낮추라'는 메시지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 기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안보 부서 당국자는 "한·미가 한목소리로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해도 부족한데 한국이 오히려 미국의 대화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불평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미 정부 안팎에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금 한국 정부가 동맹인 미국보다 북한에 기울어져 있다는 불만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워싱턴 분위기에 밝은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비핵화'란 대화의 문턱을 낮출 의도가 없으며 한국의 중매를 통한 대화보다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대리가 지난달 28일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서 북한에 '대화의 목표는 비핵화여야 하고 그런 대화를 할 뜻이 있으면 미국에 직접 연락하라'고 밝힌 것은 백악관의 기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한 일"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미국 상·하원 군사위원회 대표단을 이끌고 지난달 방한했던 제임스 인호프 공화당 상원의원은 3일(현지 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군사위의 방한은) 북한의 실제적인 위협을 또렷하게 보도록(clear-eyed) 한국에 촉구할 기회였다"고 했다. 인호프 의원은 최근 미 의회에서 "한국이 북한 문제에 부드러워졌고 (한국이) 북한의 위협을 그다지 대단하게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 발언의 사실 여부를 묻는 VOA 질문에 인호프 의원실은 "(발언 내용이) 정확하다"고 답했다. 결국 미 의회 유력 인사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응과 구상이 너무 '무르다'고 보고 있고, 방한 당시 우리 정부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저평가하지 말 것으로 촉구했다는 뜻이다.

인호프 의원은 또 "이번 방한은 북한이 핵·미사일 역량을 계속 개발하고 시험하는 상황에서 이뤄져 특히 중요했다"며 "한·미 정상이 (최근 통화에서) 북한과의 어떤 대화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목표를 갖고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해 기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한국의 대북 대화 분위기와는 무관하게 대북 제재와 압박을 계속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2일(현지 시각) '북한의 화학무기 사용에 관한 결정'을 5일자 연방 관보에 게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작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로 살해된 사건을 미국 정부가 '북한의 화학무기 사용'으로 공식 결론 내렸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5/20180305001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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