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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北으로 돌아간 김영철…"똑 부러진 합의 없었다는 방증"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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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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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방남(訪南)했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7일 일정을 마치고 돌아갔다. 김영철은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30여 시간 머무르며 고위급 당국자들과 잇달아 회담을 가졌다.평창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뒤 호텔에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우리 정부의 핵심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을 모두 만났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회담 내용을 극비에 부치고 있고, 북한 대표단도 북으로 돌아가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외교가에서는 “발표할만한 똑 부러진 합의가 없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국사무소를 통해 북한으로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정부, 美·北 대화 주선 책임만 떠맡았나

김영철은 지난 25일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CIQ)를 통해 들어와 이날 북한으로 돌아가기까지 기자들로부터 수차례 “소감을 얘기해달라” “천안함 폭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의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김영철은 서울 워커힐 호텔에 머물면서도 자신의 숙소였던 17층을 벗어나지 않고 주로 방에 머물며 외부 접촉을 최대한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우리 정부가 김영철의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청와대는 26일 김영철이 정의용 실장과의 오찬 회동에서 “우리는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여러 차례 이미 밝혔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김영철이 미국과 대화 용의가 있다고 말하면서 내건 전제 조건 같은 것은 없었다”고 했다. 김영철은 방한 첫날인 25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도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하자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말을 종합하면 김영철은 미·북 대화가 중요하고, 이를 수용할 의사를 보였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 조건 등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정부 발표에 이산가족 상봉, 남북 정상 회담 등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30여 시간의 호텔 회담에서 많은 얘기가 오갔을 테지만, 미·북 대화가 없는 남북 대화에서는 어떤 합의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 북한이 별다른 메시지를 낼 수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과 우리 정부는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원하는데 김영철의 직책 자체가 비핵화 담당이 아니다”라며 “비핵화는 김정은의 결정에 달린 얘기인데, 어쨌든 우리 정부가 공개한 워딩에 따르면 우리는 북한에 비핵화를 위한 미국과의 대화를 촉구했을 것”이라고 했다. 최 부원장은 “이산가족 상봉이나 개성 공단 재가동, 남북 정상 회담 등의 얘기가 오갔을 수 있지만, 미·북 대화가 이루어져야 진행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합의 자체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 결과 우리 정부가 미·북 대화를 성사시켜야 하는 짐을 짊어졌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북한은 ‘조건없는’ 대화를 얘기했지만, 미국은 ‘비핵화’가 조건인 대화를 원하고 있다”며 “이번 남북 회담에서 그런 조건에 대한 얘기가 오갔을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정의용 실장 등 책임자가 방미(訪美)해 이런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미·북 대화 주선에 험로가 예상된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우리가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에 비핵화를 얘기했다고 하지만, 결국 김영철은 결정권자가 아니다”며 “이 때문에 북한과 우리 정부가 메시지를 내기 애매해졌고, 결국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강경론자라는 이미지만 남아 ‘북한은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인상만 미국에 줬을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그들은 대화를 원하고 있으나 우리는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엔 역주행 귀환

방남 당시 통일대교가 시위대로 막혀 군용 교량인 ‘전진교’로 우회했던 김영철 일행은 이날도 자유한국당의 기습 시위에 막혀 약 1km를 역주행한 뒤 북한으로 돌아갔다.
 
27일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이 탄 차량은 하행선(빨간 동그라미 부분)을 거꾸로 타고 올라와 통일대교에 진입했다. 자유한국당이 통일대교 상행 구간(바리게이트 건너편)에서 시위를 벌이자,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역주행 한 것이다. /고성민 기자
파주경찰서에 따르면 북한 대표단이 찬 차량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출발해 강변북로~자유로를 따라 통일대교로 향했다. 북한 대표단 차량은 통일대교 인근에서 북으로 향하는 상행선이 시위대에 막혀 다리 진입이 어렵자 하행선으로 이용하는 일방통행로를 1㎞가량 역주행해 통일대교로 진입했다. 경찰은 김영철을 태운 북측 대표단 차량이 무사히 하행 구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도록 교통을 통제했다. 경찰 관계자는 “원래 계획했던 동선은 아니었다”며 “한국당 시위대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갑작스럽게 길을 틀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들어올 땐 개구멍으로 들어오더니, 나갈 땐 역주행해서 나갔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7/20180227021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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