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외교戰]

사실상 군사행동 가능성 경고… 美 재무부, 사상최대 대북제재
"北이 유류 밀수 등에 쓸 수 있는 모든 배가 제재 대상된 것"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3일(현지 시각) 북한이 현시점에서 해외 유류 밀수 등을 위해 사용 가능한, 사실상 모든 배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 제재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매우 거칠고 불행한 2단계로 가야 할 것"이라며 군사행동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미 재무부는 이날 북한과 관련된 무역·해운회사 27곳, 선박 28척 개인 1명 등 총 56개 단체·개인을 대상으로 사상 최대의 제재를 발표했다. 이 중 북한 해운·무역회사는 16곳, 이들이 운용한 선박은 19척이다. 선박 19척은 원유나 석유화학제품 운반이 가능한 탱커선(tanker)이 16척, 화물선이 3척이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그들(북한)이 현시점에서 (유류 밀수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배가 제재 대상이 된 것"이라고 했다. 이는 중국 쪽 송유관을 통해서 들어가는 것 외엔 단 한 방울의 기름도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12월 북한에 대한 정유 제품 공급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원유 공급을 400만 배럴로 제한했다. 이는 북한의 가장 기본적인 경제활동만 가능케 하는 정도의 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북 제재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번 대북 제재도 효과가 없다면 우리는 제2단계로 가야 할 것”이라며 “이는 매우 거칠고 매우 불행할 수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북 제재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번 대북 제재도 효과가 없다면 우리는 제2단계로 가야 할 것”이라며 “이는 매우 거칠고 매우 불행할 수 있다”고 했다. /AP연합뉴스

미 재무부는 여기에다 북한의 밀무역에 관여한 중국(선양해운공사 등 7곳), 대만(킹리원 인터내셔널 등 2곳), 싱가포르(역퉁에너지), 파나마(코티) 등의 해운·무역회사 11곳과 이들이 운영한 선박 9척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개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제재 대상에 오른 대만인 장융위안(張永源)은 자신의 무역회사를 통해 북한과 석탄·석유 밀거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는 또 이날 미 해안경비대와 협의를 거쳐 북한을 겨냥한 '국제 운송 주의보'도 발표했다. 북한과 해상 거래에 연관된 개인의 경우 거래액의 2배 혹은 28만9000달러(3억1000만원)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그 (대북) 제재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2단계로 가야 할 것"이라며 "2단계는 매우 거친 것이 될 수 있고 전 세계가 매우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제재에 실패할 경우 사실상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그는 "내가 그 카드를 꼭 쓰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정말 불량 국가"라고 한 뒤, "우리가 (협상)할 수 없다면 무슨 (군사적) 일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니 두고 볼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사실상의 '해상 차단'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제재 대상이 된 북한 선박의 입항을 허용한 항구를 방문한 선박에 대해서도 미국 내 입항을 금지하는 제재를 조만간 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경우 세계의 항만들이 북한 배를 받을 수 없게 돼, 북한 선 박은 다른 나라에 갈 수 없게 된다. WSJ는 북한의 금수 품목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해상에서 미 군함이 정선·검색하는 '해상 차단'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해안경비대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해 대북 제재 위반 의심 선박을 수색하거나 운항을 중단시키는 방안을 한국·일본·호주 등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6/20180226002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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