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응원단 본 관중들 "이질감 느껴"
 

북한 응원단 220여명은 12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응원을 했다. 경기 내용과 상관없이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는 그들은 관중 속 섬 같았다.

스웨덴전이 열린 이날 응원단은 시작 30분 전 줄 맞춰 입장했다. 10일 스위스전 응원 때 내내 입고 있던 패딩 점퍼를 이날은 경기 전 일제히 벗었다. 운동복 왼쪽 가슴에 인공기가 선명했다. 일부 관중이 북한 응원단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 위해 몰렸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관중은 각자 자리에 앉아 경기에 집중했다. 북한 응원단은 지난 10일 사용했던 '북한 미남' 가면은 이날 꺼내지 않았다.
 
북한 응원단 90명이 쇼트트랙 예선 경기가 열린 10일 오후 강릉아이스아레나 관중석에서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북한 응원단 90명이 쇼트트랙 예선 경기가 열린 10일 오후 강릉아이스아레나 관중석에서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같은 옷차림, 일사불란한 동작은 이전에 한국을 찾았던 북한 응원단들의 모습과 판박이다. /연합뉴스

북한 응원단은 "용기를 내어라" "잘한다 잘한다 우리 선수 잘한다" 같은 구호를 했지만 그들만의 외침이었다. '고향의 봄' '설날' 등 우리에게 친숙한 노래를 불렀지만 따라 부르는 사람은 적었다. 호응하는 관중은 파란 옷을 맞춰 입은 진보 단체 50명 정도였다.

북한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288명),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303명),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124명) 때도 대규모 응원단을 파견했다. 화려한 옷차림, 일사불란한 동작, 나무 딱딱이 등 '북한식 응원 문화'와 '미녀 응원단'이 화제였다. 관중도 함께 구호를 외치며 응원을 펼쳤다. 부산 아시안게임 때는 북한 응원단을 태우고 온 만경봉호가 정박한 부산항에 연일 수천명이 몰렸다. 10여년 만에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단일팀 경기를 보러 온 김진숙(62·강원 영월)씨는 "북한 응원이 기계적이어서 거부감 든다"고 했다. 이신영(34·부산)씨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도발을 했는데 응원을 따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호중(70·서울 성북구)씨는 "10여년 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어 10분만 봐도 지겹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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