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남과 북]

'북핵은 南과 무관' 논리 계속 주장
靑오찬 날에도 "핵 질량적 강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 김여정을 통해 제안한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이 가진 '최고의 대남 카드'로 꼽힌다. 그만큼 대북 제재로 위기에 몰린 김정은에게 신속한 남북 관계 개선의 필요성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비핵화 없인 제재 완화도 없다'는 미국보다는 일단 남한을 먼저 상대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핵과 평화는 공존 가능하다'는 논리로 문재인 정부와 남한 사회를 흔들어 제재를 약화하고 한·미 관계를 이간하는 것이 북한의 대외 정책 우선순위임을 시사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북 관계 개선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북한은 작년에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3발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20발을 쏘아 올리며 도발을 쉬지 않았고, 우리 정부가 맞대응 성격의 한·미 연합 훈련을 하거나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 이를 맹비난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러던 북한이 김정은 신년사를 계기로 파상적인 대남 평화 공세에 나선 데엔 대남·대외 정책상의 커다란 변화가 있음을 암시한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북한은 정상회담에 대해 항상 비싼 대가를 요구했다"며 "만약 조건을 달지 않은 정상회담 제의라면 북한이 매우 급하다는 증거"라고 했다. 실제 과거 남북 정상회담은 우리 정부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우리가 먼저 기획·제안했고, 김대중 정부가 1차 정상회담 직전 현금 4억5000만달러를 송금하는 등 북한은 막대한 대가를 챙겼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은 '한국을 흔들어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비핵화 없이 살길을 찾아보겠다는 얘기"라고 했다. 북한은 최근 각종 매체를 동원, 남한을 향해 '핵미사일은 미국을 겨눈 것'이란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북 노동당 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10일 "미국의 핵 위협 공갈과 핵전쟁 도발 책동에 맞서 자위의 핵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 며 핵 보유 의지를 또다시 강조했다.

북한의 이 같은 대외·대남 정책 변화는 단기적으로 미국의 확고한 비핵화 원칙을 깨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외교 소식통은 "어차피 미국은 11월 중간선거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탄핵 가능성 때문에 비핵화 원칙도 흐지부지될 것이란 기대 아래 일단 남북 관계를 개선해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 같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12/20180212001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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