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국정 연설에서 "우리의 기업과 일자리, 국부(國富)를 해외로 내몬 경제적 굴복의 시대는 끝났다"며 더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들을 취해 나갈 뜻을 재천명했다. 지난주 보호주의 공세로 다보스 포럼을 뒤집어 놓았던 트럼프의 발언 수위가 더 높아졌다. 이날 미 상무부는 한국산 기계부품에 최대 45% 관세를 부과하는 덤핑 예비 판정을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종 타깃은 중국이라고 한다. 중국은 지난해 2800억달러의 대미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미 흑자가 중국의 15분의 1도 안 되는 한국이 더 타격받고 있다.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 등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때렸고 철강 제품에 60%대 보복 관세를 매겼다. 반도체·자동차 등 우리 주력 산업에 대해서도 무역 제재를 검토 중이다. 한·미 FTA는 재협상 테이블에 올려져 있다. 동시다발적인 통상 공세다.

반면 미국은 중국에 대해선 말로만 엄포를 놓으면서 본격적인 무역 제재엔 돌입하지 않고 있다. 북한 압박에서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미 국채 매각설로 맞불을 놓고도 있다. 일본의 대미 흑자 역시 우리의 3배가 넘지만 미국은 눈감아 주고 있다. 견고한 트럼프·아베 밀월 덕분일 것이다.

그 와중에 당하는 것은 힘도 없고 전략과 협상 기술도 보이지 않는 한국뿐이다.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 등에 세이프 가드를 발동하자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을 밝혔다. 미국이 꿈쩍이라도 하길 기대했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몇 년씩 걸리는 WTO 분쟁 절차에서 승소해 보았자 실익도 없다. 중국·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고도의 전략을 구사하면서 미리 방어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무방비로 얻어맞고 있다. 이러다 정말 반도체에까지 미국의 보호무역 칼이 들어올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31/2018013103304.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