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 담당 천해성 차관 만나 평창 올림픽 관련 북한 지원
제재 위반 가능성 우려 전한 듯
간담회 4시간 전 취소… 주한美대사관 "이유는 말할 수 없다"
한국 오기 전 홍콩서는 기자회견, 對北 강경 메시지 공개 표명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를 전담하는 시걸 맨델커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25일 서울에서 우리 정부 관계 부처를 돌며 미국의 새 대북 제재 내용을 설명하고 압박 공조를 요청했다. 특히 최근 열린 남북 실무회담 수석대표였고 평창 동계올림픽 정부합동지원단장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도 만났다. 미국 대북 제재 담당 차관의 통일부 방문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통일부 등은 맨델커 차관의 방문에 대해 사전 공지도, 사후 결과 설명도 하지 않았다. 평소 동맹국인 미국 고위 당국자의 방한을 적극 언론에 알리는 것에 비하면 이례적 조치였다. 이와 관련, "정부가 남북 대화 분위기 속에서 대북 강경 메시지를 들고 온 맨델커 차관과의 면담이 부각되는 걸 부담스러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美 제재 담당자 방한 안 알린 정부

맨델커 차관은 대량 살상 무기 확산, 돈세탁 등에 가담하며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조직에 대한 금융 제재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북한을 '불량 정권(rogue regime)'으로 규정하며 "북한의 불법 금융 네트워크 붕괴에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해왔다.
 
시걸 맨델커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부문 차관이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맨델커 차관은 정부에 강력한 대북 제재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걸 맨델커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부문 차관이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맨델커 차관은 정부에 강력한 대북 제재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인원 기자

24일 밤 한국에 온 맨델커 차관은 25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오찬 협의를 했다. 오후 2시 15분부터는 통일부에서 천 차관과 협의를 가졌다. 맨델커 차관은 우리 당국자들과 최근 열린 남북 회담과 북한의 현황, 제재 효과와 향후 공조 방안, 중국 견인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통일부에서는 평창올림픽 관련 북한 지원이 대북 제재에 저촉될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 당국이 북한에 유류를 전달한 혐의로 제3국 선박을 억류했던 사례를 포함, 해상 수송 차단의 중요성도 거론했다고 한다. 맨델커 차관은 기재부 고위 당국자와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도 만났다. 이 모든 일정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금융위는 '가상 화폐 관련 공조 논의'라며 사진 한 장만 사후 공개했다.

이날 오전 예정됐던 맨델커 차관의 기자간담회도 4시간여를 앞두고 취소됐다. 당초 외교 소식통은 "맨델커 차관이 간담회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압박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했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취소 사실을 알리며 "이유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맨델커 차관은 다음 행선지인 일본 도쿄에서는 기자간담회를 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간담회 취소 배경에 우리 측 요청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외교부는 "그 문제에 관해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했다.

맨델커 차관은 앞선 순방지에서 대북 강경 메시지를 공개 발신했다. 24일 홍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북핵 개발 자금을 조달하는) 북한인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중국을) 압박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평창 앞두고 독자 제재

맨델커 차관의 방한 직후인 24일(현지 시각) 미 재무부는 북한의 원유 확보를 책임지는 원유공업성을 제재 대상으로 올렸다. 북한에 대한 경고인 동시에, 대북 원유 공급자인 중국 국영 석유 회사에 대한 경고 의미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미 재무부가 중국 국영 석유 기업 혹은 그 산하 기관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요즘 미 재무부의 고위급 인사들이 웬만한 북한 기업들 이름을 외우고 있을 정도로 대북 제재를 챙기고 있다"며 "남북대화 등의 외부 변수에 따라 제재가 연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이날 베트남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정전 협정 상태인 한반도는 국제사회가 핵 보유를 절대로 용인할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6/20180126003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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