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통일부 정례 브리핑에선 매일 '이렇게 북한 하자는 대로 해줘도 되느냐'는 질문이 이어진다. 24일에도 북한이 평창 개막식 전날 대규모 열병식을 하는 것에 대해 '우려 표명 계획이 없느냐' '한미는 훈련 연기도 했는데 너무 저자세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런 걱정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개막식에 참석할 펜스 미 부통령은 "김정은이 평창올림픽 메시지를 하이잭(hijack ·납치)하는 것을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3일 보도했다. 그는 또 "올림픽이 2주일간의 선전전(propaganda)으로 변질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이 평창을 이용해 활개 치는 상황이 도를 넘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2월 8일 개막 하루 전 평창올림픽 전야는 김정은 차지가 된다. 평양에선 핵미사일을 내세운 열병식이 열리고 강릉에선 북 현송월 악단이 올림픽 전야제 무대를 연다. 이렇게 해준다고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리 만무하다. 평창을 이용해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고 핵을 인정받으려고 한다. 한국민이 20년간 피땀 흘려 유치한 올림픽이 핵 인질범에게 납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게 됐다.

정부의 북한 '심기 경호'는 계속되고 있다. 개막식장 태극기를,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 출전 기회를, KOR 영문 약호를 내줬다. 올림픽 개막식 사전 공연에 북한 태권도단을 끼워주라고도 했다는 얘기도 끊이지 않는다. 현송월에게 국빈급 예우를 해주며 그가 말하고 웃는 모습을 보도하지 말라는 북한 지침에 따랐다. 국정원 직원이 현송월을 경호하고 "불편해하신다"며 그의 심기를 살폈다. 한미 연합 훈련을 연기·축소하고, 미 잠수함 부산 입항을 막았다. 우리 공군 F-35A 출고 행사에 국방부 장관 축하 메시지 전달을 보류했다 한다. 참수 작전이란 말도 입에 못 담게 했다. 동맹국 국기를 불태울 때는 가만있던 경찰은 북한 인공기 불태웠다고 수사를 시작했다. 북한에 가서 훈련할 아무 이유가 없는 스키 선수들은 인권유린 논란이 일었던 마식령 스키장에 가야 하게 됐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 등 탈북 인사들에게 올림픽 기간 공개 활동을 자제하라고도 했다 한다. 김정일 생일(2월 16일) 즈음에 서울에서 북한 선전대 공연 스케줄이 잡힐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청와대와 여당은 "북한이 안 왔으면 성공적인 대회가 될 수 없었다"고 하고, 북한은 '평창을 우리가 구출해줬다"고 한다. 평창이 평양에 납치됐다는 걱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정부는 김정은의 환심을 사면 북핵 폐기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같다. 지난 20여 년 역사는 그것이 환상이라는 사실을 수도 없이 증명했다. 미 CIA 폼페이오 국장은 23일 "북의 핵 ICBM은 (실제) 공격용 이고 김정은의 목표는 자신의 권력하에 한반도를 통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2일에도 "북이 몇 달 안에 미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했다. CIA의 수장이 연일 이런 공개 발언을 하는 건 심상치 않다. 그는 "외교적 해법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를 때 다양한 수단을 대통령에게 제공하려 한다"고 했다. 북한만 들으라고 하는 말이 아닐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4/20180124031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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