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한 빌딩에 11인조 국내 보이그룹 '워너원' 멤버 강다니엘 얼굴이 걸렸다. 전광판 8개에 사진과 영상, 축하 메시지가 떴다. 한국 팬클럽이 그의 스물두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내보낸 광고였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K팝 팬들이 자기 스타들을 알리기 위해 타임스스퀘어 광고에 돈을 쏟아붓는다"고 보도했다.

▶그런 포브스도 '한국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까지는 생각 못했을 것이다. 22일과 23일(뉴욕 현지 시각) 타임스스퀘어의 전광판에 문재인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가 나갔다. '해피이니 데이. 문재인 대통령의 66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당신을 지킬 것을 맹세합니다. 우리를 믿어주세요.' 24일 생일을 맞는 문 대통령의 지지자가 돈을 댄 광고였다. 서울 지하철역 10곳에도 2주 전부터 지지자들이 주도한 생일 축하 광고가 걸렸다. 
 
[만물상] 어제 풍경

▶여론은 갈렸다. "축하합니다. 끝까지 응원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당신이 대통령인 게 너무 행복합니다. 끝까지 지지합니다" 같은 댓글이 달렸다. "기분 좋다. 품격이 달라지는 느낌" "내 삶이 바뀌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같은 응원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가 북한이냐" "부끄럽다. 국제 망신" 같은 글들이 훨씬 많았다. "문재인 지지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이래서 점점 문빠 욕먹고 있음"처럼 반감을 갖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타임스스퀘어에 내걸린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를 본 뉴요커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극성 팬들의 등쌀에 기가 질릴 법한데, 대통령은 트위터에 "두 번 다시 없을 특별한 생일이 됐다. 주마가편(走馬加鞭)으로 받아들인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생신 관련해선 드릴 말씀 없다. 가족들과 함께 조용하게 식사할 것 같다"고 했다. '공식 행사에선 대통령 생일을 언급하지 말라'는 취지의 함구령이 내렸다는 말도 나왔다. 청와대도 고민이 많은 듯하다.

▶이날 오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선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이 검색 어 1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통령 생일 축하 이벤트로 '평화올림픽'을 검색어 1위로 만들자며 깃발을 올렸다. 반대쪽에선 '평양올림픽'으로 반격에 나섰다. '검색어 전쟁'은 낮 무렵 정현 선수의 호주 오픈 4강전 진출 소식이 검색어 상위권을 휩쓸면서 끝났다. 그 자리 어디에도 정작 '평창'은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4/20180124031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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