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한미협회 회장
박진 한미협회 회장

이달 8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서막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기 위한 남북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남북한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하고 공동 응원은 물론 마식령스키장에서 남북선수들이 공동 훈련을 하고 금강산 지역에서 남북합동문화행사도 치르기로 했다. 북측 참가 규모는 700명에 가까워 '한민족 올림픽'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하다.

문제는 우리를 둘러싼 냉혹한 국제정세 현실이다. 북한의 뒤늦은 평창올림픽 참가와 이를 위한 남북대화가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한의 비핵화에 도움 되는 것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로 고립된 북한 김정은 정권이 일시적으로 난관을 탈피하기 위하여 급조된 위장 평화공세를 펼치는 것이라면 이는 경계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남북 해빙무드가 국제사회와 엇박자를 내고 안보위기를 고조시켜 동아시아에서 핵확산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세이다. 무엇보다 남북대화 과정에서 한·미 공조는 긴밀히 유지되어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영의 뜻을 표명하면서 지켜보겠다고 했고, 펜스 부통령은 남북대화가 대북 압박의 직접적 결과라고 언급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회담에서 한·미공조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지혜로운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남북대화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순조롭게 진행되면 상황에 따라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회담 개최까지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는 위기와 타협,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는 패턴을 경험해 왔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치고 빠지기식 또는 시간벌기성 전략 때문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압박과 제재 속에서 항상 군사적 선택을 배제하지 않아 왔다. 최근 미국의 대북압박조치는 해상봉쇄와 특수부대 한반도 배치 등 군사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한·미공조에 균열이 생기면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위험한 선택을 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평창패럴림픽 이후로 연기되는 한 ·미연합 군사훈련이 4월 이후 개시되면, 북한이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작년보다 더 긴장될 수도 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격언은 지금도 변함없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기 위한 예방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외교력은 국민의 강력한 의지와 정부의 냉철한 전략 그리고 한·미 동맹의 억지력에서 나온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1/2018012101794.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