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열린 평창올림픽 남북회담에서 올림픽이 아니라 북한 예술단 파견 문제가 먼저 논의됐다. 북에서 140여명으로 구성된 삼지연 관현악단이 내려와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하기로 했다. 북측의 요구에 의해 '예술단 회담'이 먼저 열렸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올림픽에서 부차적인 문화·예술 행사가 먼저 의제에 오른 것 자체가 북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 남북 간에 진행되는 일이 얼마나 비정상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북은 우리가 각고의 노력 끝에 유치한 올림픽에 무임승차하고서 이 대회를 북 김씨 왕조 선전 무대로 만들려 하고 있다. 북은 2015년 체제 선전을 위해 중국 베이징에 모란봉 악단을 파견했다가 미사일 선전 내용 때문에 철수했었다. 이번에 급조된 것으로 보이는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했으면 다른 나라들처럼 선수단을 파견해 경쟁하면 된다. 평창올림픽은 의도가 뻔한 북의 정치 쇼 무대가 될 수 없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이날 한반도기를 든 남북 대표단의 공동 입장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기정사실화했다. 과거 9차례의 전례가 있다고 한다. 한반도기를 드는 것은 남북이 화해하고 평화롭게 지내자는 것이다. 그러나 북은 한반도기를 드는 기간 중에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무더기로 쏘고 우리 군함을 격침시켜 병사들을 떼죽음시켰다. 무엇을 위한 한반도기인가. 북 사기극의 도구였던 한반도기 때문에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올림픽 개막식에서 개최국 선수단이 자랑스러운 국기를 앞세우고 입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나.

지난 9일 첫 남북 고위급 회담에선 북이 이산가족 상봉을 갖자는 우리 측 제의에 2016년 입국한 중국의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 송환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정부는 이 사실을 숨겨오다가 14일 일본 언론의 보도로 알려졌다. 이 회담에서 북측 대표는 "(비핵화 요구를 하면) 회담이 수포로 돌아간다"고 협박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비핵화 요구가 아니라 '남측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다고 한다. 우리 정부가 과연 제대로 비핵화를 제기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남북 고위급 회담 내용 중에 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북은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북의 비핵화와 관련한 언급이 나온 데 대해 '얼빠진 궤변'을 했다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까지 무례하고 우매할 수 있느냐' '비굴한 처사는 눈을 뜨고 보지 못할 지경'이라고 했다. 지금이라도 평창올림픽 참가를 걷어찰 수 있다는 위협도 했다. 그래도 정부의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북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핵을 포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반대 목적을 위해서다. '이러려고 올림픽을 유치했느냐'는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5/20180115029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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