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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중] 내 삶이 나아졌습니까?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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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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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서 높은 지지율 바탕 자신감 보여
하지만 신년사 제목처럼 民生 변화 체감할 수 있어야
일자리·집값·물가 등 성과 적어… 脫원전 등 이상적 정책도 재정립을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달랐다. 기자들이 자유롭게 묻고 대통령이 즉답하는 활기찬 모습이었다. 높은 지지율에서 오는 문 대통령의 여유가 돋보였다. 각본 없는 기자회견 자체를 감당하지 못했던 박근혜 전(前) 대통령과 선명히 대조된다. 민주정치가 말로 하는 정치라는 상식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는 기자회견 그 너머에 있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 제목인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야말로 현대 정치의 진정한 화두이다. '나라다운 나라'의 궁극은 내 삶을 나아지게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국정 공약이 넘쳐나는데도 우리네 삶에 실질적 변화가 없다면 정치의 근거가 사라진다. 이전 정권의 적폐를 청산했음에도 외교·안보가 흔들린다면 개혁 정권의 존재 이유가 흐려진다. 문재인 정부는 삭풍이 몰아치는 국가 운영(Statecraft)의 도전 앞에 국정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새해 첫걸음은 산뜻하다.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로 패럴림픽이 끝나는 올해 3월 중순까지 평화가 담보되었다. 한반도 전쟁 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남북회담의 성과는 새해 벽두의 일대 낭보(朗報)다. 남북 교류가 북미(北美) 대화의 마중물로 작용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도 본격 가동의 기회를 맞았다. 동시에 갑작스러운 한반도 훈풍의 이면도 유념해야 마땅하다. 김정은 입장에서 핵무장 완성을 위한 시간을 벌고 국제 제재의 틈을 내려는 전략이므로 우리로선 남남갈등과 한미동맹 균열을 막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대남(對南) 평화공세는 예견된 움직임이다. 김정은의 목을 조이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뚫을 유일한 출구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철저히 자신들의 전략적 필요에 의해 남북관계를 조율해 왔다. 올림픽 전후(前後)로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는 감성적 민족주의가 한국사회를 휩쓸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핵을 폐기해야만 한반도 평화가 확보된다는 국가이성의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 "한반도 비핵화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기본 입장"이라는 대통령 신년사는 정곡(正鵠)을 찔렀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중지 결정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초법적 통치행위'로 규정했다. 작년 12월 28일의 일이다. 하지만 그 직전인 11월 29일 문재인 정부는 유엔 안보리에 낸 유엔제재 이행보고서에서 개성공단 중단이 '연이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합법적) 조치'임을 밝혔다. 적폐 청산 작업과 정부 공식 입장이 충돌한 것이다.

이는 '한반도에서의 북한 핵독점'이라는 벼랑 끝에 위태롭게 선 대북화해정책의 어려움을 웅변한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대중(對中) 외교도 국가적 자존감에 상처를 냈다. UAE(아랍에미리트) 외교 갈등과 한·일 위안부 합의 미봉책도 진정성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았다.

외교·안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민생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3% 돌파에 이어 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 '인구 5000만명, 소득 3만달러' 국가군(群)에 세계 7번째로 이름을 올려도 공정경제와는 거리가 멀고 서민의 삶엔 온기(溫氣)가 미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최대 역점사업인 일자리 늘리기엔 별 성과가 없는 데다 서울 강남 집값은 폭등하고 생활물가도 오르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정책이 사회적 약자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시간제 근로자를 어렵게 하는 역설을 곱씹어야 한다. 이는 탈(脫)원전을 비롯한 이상주의적 경제정책이 현실의 토대 위에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교훈이다. 외교·안보도 그렇거니와 경세제민의 실물경제야말로 문 대통령의 진정성만으론 해결이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내 삶이 달라집니다"라는 표어였다. 과연 촛불은 정권을 바꿨고 세상을 변화시켰다. 국정 농단의 주범인 전(前) 정권 실력자들이 줄줄이 포승 줄에 묶였다. 정의가 승리하는 공적 행복감을 만끽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치의 약속인 국리민복(國利民福) 실현은 미래의 과제로 남았다. 우리네 삶을 바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와 민생경제는 중대한 도전을 맞고 있다. "국민들께서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새해 약속 앞에 우리는 묻는다. 촛불 이후, 내 삶은 나아졌습니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1/20180111035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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