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일 중국과 러시아 기업이 북한에 석유류를 몰래 조직적으로 팔아온 사실을 관련 계약 문서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기업이 연간 최대 10만t의 경유와 수천t의 휘발유를 중국 기업을 거쳐 북한의 청진이나 남포항으로 실어주는 내용이다. 중국 기업은 중개료와 함께 돈세탁 수수료도 챙겼다. 북한은 그동안 유엔 제재를 비웃으며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해 왔다. 이런 식의 밀거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거래엔 항상 중국과 러시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파나마 선적 유조선 '코티'호를 평택항에 억류했다. 서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정유 제품을 넘겨준 혐의다. 이 배의 출발지가 중국 산둥성 스다오(石島)였다. 지난해 11월 여수에 입항한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도 비슷한 방식으로 동중국해에서 북한과 정유 제품을 밀거래한 혐의로 억류됐다. 중국은 이 배가 자신과 무관하다고 했다. 그러나 선적은 홍콩이지만 배를 관리하는 회사는 광저우(廣州)에 있다. 선장도 중국인, 24명 선원 중 22명도 중국인이다. 윈모어호와 이 배로부터 유류를 공급받은 삼정 2호가 모두 중국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배들이라는 외신 보도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9일 "10~11월 러시아 국적 선박들이 최소 3차례 북한 선박에 유류를 넘겨줬다"면서 거래에 동원된 선박들 이름과 거래 방법을 보도했다. 요미우리 보도와 다른 건(件)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중국처럼 잡아떼지는 않고 유엔 제재 범위 안에서 이뤄진 거래라고 했다. 그러나 문제의 러시아 선박 비티아즈호는 일본 쪽으로 간다고 신고한 뒤 무전기를 끄고 공해로 나갔다. 러시아 근처 공해상에서 '삼마 2'라는 북한 선박과 만나 물품을 옮겨 실었다고 한다. 합법적인 거래라면 누가 이런 식으로 하나.

중·러 정부가 방조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두 나라가 북한 제재에 소극적이었다는 걸 온 세계가 안다. 중·러는 북한이 미국을 괴롭히는 게 손해 될 것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도가 넘으면 언제 터질지 모를 북핵을 모두가 끌어안아야 하거나 아무도 원하지 않는 군사충돌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01/20180101015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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