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아찔한 급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북한 해킹 조직이 가상화폐 차익 거래나 현금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북한이 가상 화폐 탈취에 열을 올리면서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를 집중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최근 북한이 가상 화폐 탈취에 열을 올리면서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를 집중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경제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9일 문을 닫은 국내 중소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 해킹에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야피안이라는 벤처 기업이 운영 중인 유빗은 해킹으로 전체 자산 17%를 잃어버렸다며 파산을 선언했다.

WSJ은 “경찰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해킹 수사가 초기 단계지만, 소식통들은 북한이 유빗 해킹 배후에 있다는 표시와 역사적 증거가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이슈를 이용해 시세 차익을 노린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북한 정권이 핵무기 실험 등으로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전통 금융 기관을 해킹해 신뢰를 추락시킨 다음, 가상 화폐의 가격을 올려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불확실성이 커지면 가격이 치솟는다. 실제로 지난 12월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하자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이날 1340만1000원이던 비트코인 1개의 시세는 8일 2064만6000원으로 54%나 상승했다.

테크크런치는 최근 여러 가상화폐의 가격이 크게 뛰었기 때문에 북한이 획득한 가상화폐를 달러 등 유력 통화로 바꾸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상화폐 시세판
▲ 가상화폐 시세판

대북 제재 이후 고립된 북한이 가상 화폐 탈취를 새 자금 조달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증거는 속속 나온다. 국정원은 지난 6월 국내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 빗썸의 3만6000여명의 회원 정보 유출, 4월과 9월 가상 화폐 거래소 야피존과 코인이즈의 가상 화폐 계좌 탈취 사건 등을 모두 북한 해커 집단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 측은 “빗썸을 해킹한 소스 코드의 일부가 지난 2014년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를 해킹했던 해커 집단 ‘래저러스(Lazarus)’의 코드와 동일한 증거를 확보했으며 관련 증거를 확보해 검찰에 제공했다”고 말했다. 래저러스는 북한 정권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받는 해커 집단이다.

국정원 측은 또 “해커가 미모의 전문직 여성을 가장해 거래소 직원들에게 악성 코드를 숨겨놓은 입사지원서와 이력서를 이메일로 보냈다"면서 “최근 우후죽순 생겨난 가상화폐 거래소가 잇따라 신규 인력 채용에 나섰다는 점을 악용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김정은 친위대'로 불리는 정찰총국 산하 121부대(해커부대)가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998년 121소(所)에서 출발한 이 조직은 2012년 총참모부와 대외연락부가 더해지면서 121부대로 승격됐다. 공식 명칭은 기술정찰국이다.

121부대는 금융권, 게임, 쇼핑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오랫동안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면서 해킹 노하우를 쌓았다. 보통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무역상이나 IT업체 직원으로 신분을 위장해 활동한다. 500명으로 출발한 121 부대의 인력은 현재 6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에서 컴퓨터공학 교수로 재직했던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121부대는 김일성종합대, 김책공대, 모란봉대 등 북한에서 손꼽히는 유명 대학 출신의 엘리트 집단”이라면서 “김정은 시대에도 ‘작전 친위대’ ‘별동대’로 불리면서 여러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중국의 정보기술 잡지 IT시대주간은 미국 HP가 펴낸 ‘북한 해커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 부대의 공격 능력은 미국과 러시아 다음인 세계 3위로 평가받는다”고 보도했다. HP 보고서는 북한 해커부대가 HP와 시스코, 노키아 등이 제조한 최신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북한 해킹 부대의 조직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친 경험이 있는 미국인 윌 스콧씨가 촬영한 북한 학생들의 모습. 학생들이 노트북을 이용해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있다. /윌 스콧씨 인스타그램 캡처
▲ 북한에서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친 경험이 있는 미국인 윌 스콧씨가 촬영한 북한 학생들의 모습. 학생들이 노트북을 이용해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있다. /윌 스콧씨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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