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오가는 길목에 '위험'이라고 국제 표지판이 세워진 격입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북한 동쪽 하늘에 '위험 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홈페이지에 올리자 한 공항 관계자가 한 말이다. 북한이 사전 예고 없이 잇따라 미사일을 쏘자 민항기의 안전을 위해 취한 조치라지만, 우리로선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주 지역 등에서 인천공항에 올 때 최단 경로인 평양 비행정보구역(FIR) 통과 항로를 이용하는 해외 항공사는 지난달 말 기준, 러시아 항공사 7곳밖에 없다.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북한 위협 때문에 2010년 5·24 대북 제재 조치 이후 이 항로를 이용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운항 시간과 연료비 손해를 감수하면서 '위험한 나라'라는 이미지까지 떠안게 됐다.
지난 10월 통일부 국정감사 회의록과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문서를 보다가 새삼 '하늘길은 누가 막았나' 곱씹게 됐다. 10월 13일 통일부 국정감사 때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심재권 의원은 "러시아, 중국, 프랑스, 네덜란드 모두 지나가는데 우리가 그 비행구역(평양 FIR)을 지나지 않으면서 1년에 200억원 가까이 순손해를 보고 있다"며 "안전도 걱정되고 적은 돈(영공통과료)이지만 그것도 북한에 줘선 안 될 것 같다는 고려가 있는 것 같은데 참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이어 "우방인 미국도 (평양 FIR 통과를) 허용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지난 8월 10일, 미국은 지난달 3일 모든 자국 항공기의 평양 FIR 통과를 막았다. 미 FAA는 공식 문서에서 "통보 없이 발사하는 북한 미사일, 북한 방공 무기 체계 등 북한의 군사적 능력과 행위들 때문에 평양 FIR 통과를 금지한다"고 했다. 하늘길을 막은 것이 북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북한이 우리 항공기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평양 FIR 통과는 어렵다"는 것이 우리 항공 실무자들의 입장이기도 하다. 하늘길은 북한 미사일이 막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18/201712180276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