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우리나라를 오가는 길목에 '위험'이라고 국제 표지판이 세워진 격입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북한 동쪽 하늘에 '위험 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홈페이지에 올리자 한 공항 관계자가 한 말이다. 북한이 사전 예고 없이 잇따라 미사일을 쏘자 민항기의 안전을 위해 취한 조치라지만, 우리로선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주 지역 등에서 인천공항에 올 때 최단 경로인 평양 비행정보구역(FIR) 통과 항로를 이용하는 해외 항공사는 지난달 말 기준, 러시아 항공사 7곳밖에 없다.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북한 위협 때문에 2010년 5·24 대북 제재 조치 이후 이 항로를 이용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운항 시간과 연료비 손해를 감수하면서 '위험한 나라'라는 이미지까지 떠안게 됐다.

지난 10월 통일부 국정감사 회의록과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문서를 보다가 새삼 '하늘길은 누가 막았나' 곱씹게 됐다. 10월 13일 통일부 국정감사 때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심재권 의원은 "러시아, 중국, 프랑스, 네덜란드 모두 지나가는데 우리가 그 비행구역(평양 FIR)을 지나지 않으면서 1년에 200억원 가까이 순손해를 보고 있다"며 "안전도 걱정되고 적은 돈(영공통과료)이지만 그것도 북한에 줘선 안 될 것 같다는 고려가 있는 것 같은데 참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이어 "우방인 미국도 (평양 FIR 통과를) 허용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항공의 A380 여객기가 14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해 있다. 싱가포르 항공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따른 안전조처로 지난 7월부터 서울-로스앤젤레스 노선 운항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한 바 있다. /AFP 연합뉴스
과연 그럴까. 10월 31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계속되면서 러시아만 북한 비행정보구역을 통과하고 있다"고 다시 설명했다. 하지만 심 의원은 "제가 갖고 있는 자료로는 미국, 네덜란드, 핀란드, 프랑스도 북한 비행정보구역을 이용한다"며 "다른 나라들은 북한 비행정보구역을 이용하는데 우리만 안 하는 것은 우리만의 '독자적 제재'가 아닌가 생각도 들었지만, 이런 것이 옳은 접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설명은 다르다. 2015년부터 적어도 우리나라를 오갈 때 평양 FIR을 통과하는 해외 항공사들은 꾸준히 줄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미국, 핀란드, 프랑스 등 6개 나라 항공사가 평양 FIR을 지나다녔지만, 지난달부터는 러시아 항공사만 우리나라를 오갈 때 이 구역을 통과한다.

프랑스는 지난 8월 10일, 미국은 지난달 3일 모든 자국 항공기의 평양 FIR 통과를 막았다. 미 FAA는 공식 문서에서 "통보 없이 발사하는 북한 미사일, 북한 방공 무기 체계 등 북한의 군사적 능력과 행위들 때문에 평양 FIR 통과를 금지한다"고 했다. 하늘길을 막은 것이 북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북한이 우리 항공기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평양 FIR 통과는 어렵다"는 것이 우리 항공 실무자들의 입장이기도 하다. 하늘길은 북한 미사일이 막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18/20171218027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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