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 공주대 교수
김덕수 공주대 교수

〈한 해도 빠짐없이 19년째 이승복 앞에 선 老兵들… 마지막 거수경례〉(조선일보 12월 11일 A2면)를 읽고 울컥했다. 역사적 진실을 지키고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노병들의 헌신 때문이다. 이승복 어린이는 두 번 죽었다. 잔인무도한 북한 무장공비의 칼날에 숨졌고, 남한 내 좌파 매체에 의해 역사적으로 타살되었다. 좌파 정권 시절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삭제돼 어린이들은 그를 알지 못한다. 비록 대법원은 좌파 매체의 역사 왜곡에 대해 단죄했지만, 반공정신을 수장시키려는 불순한 저의(底意)까지는 막지 못했다.

저들이 그의 슬픈 얘기를 지우려 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무장공비들이 남한 내 핵심 세력(부르주아)이 아닌 아웃사이더(프롤레타리아)인 화전민 가족을 잔혹하게 죽였다는 자기모순을 은폐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조선일보와의 오보(誤報) 전쟁이다. 저들이 시간 끌기 작전을 펼치면서 진실을 호도하고 은폐하는 사이에 무장공비가 저지른 죄악상은 세인의 뇌리에서 잊혀 갔다.

하지만 저들이 몰랐던 게 있다. 역사가 지닌 자기 정화와 자기 조정 능력이다. 역사는 진실이 권력이나 불순한 동기에 의해 왜곡당해도 시간이 지나면 진실을 향해 복귀하는 힘을 갖고 있다. 이승복의 입가의 처참한 자상(刺傷)이 그 어떤 사료(史料)보다 진실을 분명하게 말해준다. 또 이승복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시사점은 공산주의에 대해 낭만적 생각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민주화투사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실책 가운데 하나도 공산주의를 순진하게 믿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했다. 문재인 정권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사항이다.

우 리는 더 늦기 전에 이승복 얘기를 초등학교 교과서에 재수록하고 공산주의의 본질을 올바르게 교육해야 한다. 그것이 억울하게 두 번 죽임을 당한 이승복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키는 동시에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19년 동안 이승복의 고혼(孤魂)을 위로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노병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12/20171212033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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