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 전쟁 위기 남북 상황 다뤄… 1987, 하정우 등 흥행배우 총출동
신과함께, 가족·용서 다룬 드라마… 스타워즈, 두터운 마니아층 강점
 

연말 극장가는 한 해 영화 시장의 마지막 '대목'. 올해 연말에도 최대 2000만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출사표를 던진 대작(大作)은 4편. '1987'(감독 장준환)과 '강철비'(감독 양우석)는 작금(昨今)의 시대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작품들이다. 반면 '신과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과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감독 라이언 존슨)는 저승과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누가 웃을까. 연말 극장가에서 격돌하는 4강의 강점과 약점을 살폈다.

◇강철비: 북핵 위기의 긴박감

14일 출전하는 '강철비'는 웹툰으로 연재된 '스틸 레인'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웹툰은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한반도에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전쟁 위기가 불거진다는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북한 쿠데타 발발이라는 골격은 가져오면서도 지난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취임 이후 급변하는 상황을 반영했다.

북한 최정예 요원 역을 배우 정우성이 맡고,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곽도원이 연기했다. 이들이 숨 가쁘게 남북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모습은 두 명의 남자 배우가 단짝으로 출연하는 '버디 무비(Buddy Movie)'를 닮았다. 다만 북핵 위기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주한 미군 가족 철수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스크린을 통해 다시 현실을 맞닥뜨려야 하는 부담이 흥행의 관건이다.

◇신과함께: 강력한 드라마

전·후편 합쳐 제작비 400억원이 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원작 웹툰을 살짝 비틀어 드라마를 강화했다. 저승에 간 주인공 '자홍'(차태현)은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지극한 소방관.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義人)이다. 하지만 저승의 일곱 지옥을 통과하며, 그 의인조차 사는 동안 쌓아온 죄를 발견한다. 하정우·마동석·주지훈·김향기 등 출연진도 화려하다. 가족의 사랑, 용서와 구원이라는 주제의 보편성이 강점. 게다가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를 만든 김용화 감독작이다. 남녀노소 공감할 드라마, 호소력 짙은 서사를 자아내는 데 탁월한 이야기꾼. 다른 경쟁작은 기대고 있는 현실과 역사가 짙고 무겁지만 이 영화는 그런 부담에서 자유롭다. 저승 판타지라는 설정상 컴퓨터 그래픽의 완성도가 결정적 흥행 잣대가 될 전망. 원작 웹툰 팬들의 높은 기대치는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다.

◇스타워즈: 지구 최강 마니아

스타워즈 시리즈는 자본과 기술로 빚어낸 현대 미국의 신화(神話)다. 미개척지 우주로 무대를 옮긴 서부극이자 선악이 분명한 기사(騎士) 영웅담이고, 오디세이아부터 성서까지 서구 서사의 정수를 녹여낸 거대한 세계다. 전편에서 자기 안의 신비한 힘 '포스'를 깨닫기 시작한 '레이'(데이지 리들리)가 전설적 은둔자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를 찾아가 본격적으로 제다이 기사 수업을 받는다.

언제든 열광할 준비가 돼 있는 마니아층은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힘. 전편인 '깨어난 포스'(2015)는 약 21억달러(약 2조2405억원)를 벌어들여 역대 세계 흥행 순위 3위에 올랐다. 한국 영화 시장 1년 규모에 맞먹는 돈을 영화 한 편이 벌어들인 셈이다. 유독 한국 시장에선 힘을 못 쓰는 징크스를 이번 작품이 깨뜨릴지도 관심거리. '깨어난 포스'의 국내 관객은 327만명이었다.

◇1987:'6월 민주화 운동'의 추억

'6월 항쟁' 30주년을 기념하는 성격이 짙은 시대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1987년 민주화 운동을 정면으로 다룬다. 김윤석·하정우·유해진·설경구 같은 '흥행 보증수표'들이 총출연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지구를 지켜라!' 같은 SF 영화에서 빛 나는 상상력을 보였던 장준환 감독이 현대사를 다룬 시대극에서도 안정된 연출력을 보여줄지가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촛불 시위 이후 갈등이 잦아들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 작품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관심이다. 배급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가 정권 성향에 따라 같은 빛깔의 작품들을 종종 만들었다는 점은 흥행에 도움도 혹은 부담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6/20171206001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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