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유화책 아닌 고강도 제재 써서 북핵 완전 폐기하겠다는 것
反덤핑과 환율조작국 지정 등 美는 中 동참 이끌 카드도 많아… 군사적 방안도 적절히 쓰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오래전에 유명무실해진 6자회담 체제가 북한 비핵화에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것을 미국이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경제 지원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을 포기시키기 위한 제네바 합의 체제가 실패로 끝나고 중국을 의장국으로 하는 6자회담 체제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북한 비핵화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큰 중국이 제대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년 '9·19 공동 성명'에 이어 2007년 이를 이행하기 위한 '2·13 합의'가 체결되었다. 약속대로 북한은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고 10월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다. 6자회담 체제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러나 이듬해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올해 수소폭탄 실험까지 함으로써 사실상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 미국의 부시 정부 때 시작한 6자회담 체제는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근근이 명맥을 이어 오다가 트럼프의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함께 종말을 맞고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됐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그간의 과정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간단하다. 북한이 생명같이 여기는 핵을 포기하게 하려면 물질적 지원이나 팔다리를 비트는 수준의 제재로는 안 된다는 것, 다시 말해 생존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고강도 제재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고,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도 과거와 달리 전략적 인내를 계속하기에는 북핵 문제와 중국의 부상(浮上)이 너무 심각해졌다. 중국과의 갈등을 무릅쓰고라도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긴밀한 한·미 공조의 바탕 위에서 유엔과 함께 중국을 압박해 중국이 북한에 '핵이냐? 생존이냐?'를 택일하라고 압력을 가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유엔 대북 제재가 경제 봉쇄 개념의 전면적 제재로 바뀔 수 있도록 우리도 나서야 한다. 총 아홉 번의 유엔 대북 제재 중 여섯 번째까지는 무기 거래만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제재로서 실질적 효과가 거의 없었다. 북한의 교역 중에서 무기 거래는 극히 일부분이고 증거를 잡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11월에 나왔던 일곱 번째 제재(2321호)부터는 수출 총량의 일정 부분을 통제하는 포괄적 경제 제재로 바뀌었으나 이 정도로는 북한이 핵 포기를 고민하게 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제재의 효과가 없었다"며 대북 유화책을 주장하지만 사실은 효과 있는 제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셋째, 이런 조치에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한·미 연합으로 군사적 옵션을 쓸 수 있음을 믿게 해 주어야 한다. 사실 지금 시점에서 군사적 옵션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심리전이기 때문에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미가 엇박자를 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북핵 해결을 위한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승부가 임박했다는 의미이다. 사즉생(死則生)의 각오와 한·미 동맹의 진가가 합쳐지면 우리에게 북핵 폐기라는 승리와 한반도 평화를 함께 가져다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2/201711220334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