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칼럼
[신원식] 북핵 해결을 위한 출발선에 다시 서다
조선  |  @chosun.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11.2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유화책 아닌 고강도 제재 써서 북핵 완전 폐기하겠다는 것
反덤핑과 환율조작국 지정 등 美는 中 동참 이끌 카드도 많아… 군사적 방안도 적절히 쓰길
 

신원식 前 합참 작전본부장·예비역 육군 중장
신원식 前 합참 작전본부장·예비역 육군 중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오래전에 유명무실해진 6자회담 체제가 북한 비핵화에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것을 미국이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경제 지원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을 포기시키기 위한 제네바 합의 체제가 실패로 끝나고 중국을 의장국으로 하는 6자회담 체제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북한 비핵화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큰 중국이 제대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년 '9·19 공동 성명'에 이어 2007년 이를 이행하기 위한 '2·13 합의'가 체결되었다. 약속대로 북한은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고 10월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다. 6자회담 체제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러나 이듬해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올해 수소폭탄 실험까지 함으로써 사실상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 미국의 부시 정부 때 시작한 6자회담 체제는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근근이 명맥을 이어 오다가 트럼프의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함께 종말을 맞고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됐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그간의 과정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간단하다. 북한이 생명같이 여기는 핵을 포기하게 하려면 물질적 지원이나 팔다리를 비트는 수준의 제재로는 안 된다는 것, 다시 말해 생존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고강도 제재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고,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도 과거와 달리 전략적 인내를 계속하기에는 북핵 문제와 중국의 부상(浮上)이 너무 심각해졌다. 중국과의 갈등을 무릅쓰고라도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긴밀한 한·미 공조의 바탕 위에서 유엔과 함께 중국을 압박해 중국이 북한에 '핵이냐? 생존이냐?'를 택일하라고 압력을 가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유엔 대북 제재가 경제 봉쇄 개념의 전면적 제재로 바뀔 수 있도록 우리도 나서야 한다. 총 아홉 번의 유엔 대북 제재 중 여섯 번째까지는 무기 거래만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제재로서 실질적 효과가 거의 없었다. 북한의 교역 중에서 무기 거래는 극히 일부분이고 증거를 잡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11월에 나왔던 일곱 번째 제재(2321호)부터는 수출 총량의 일정 부분을 통제하는 포괄적 경제 제재로 바뀌었으나 이 정도로는 북한이 핵 포기를 고민하게 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제재의 효과가 없었다"며 대북 유화책을 주장하지만 사실은 효과 있는 제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21일 미 국무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공식 재지정하면 2008년 10월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된 지 9년 만의 일이다. /AP 연합뉴스
둘째, 중국이 적극적으로 대북 제재에 동참하게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이 북한을 자신의 안보를 위한 완충지대, 즉 전략적 자산이 아닌 전략적 부담으로 느끼게 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을 감싸면서 얻는 이득보다 손실이 훨씬 크면 전략을 바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역대 미국 정부와 달리 이를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쓸 수 있는 카드는 많다. 경제적으로 대형 은행이나 국영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철강 등에 대한 반(反)덤핑, 환율조작국 지정 등이 있다. 안보적으로는 한·미·일뿐만 아니라 아세안 국가들과 안보 협력 강화, 대만에 첨단 무기 판매 및 관계 정상화, 한·미 핵 공유나 한·일 핵무장을 허용하겠다고 시사하는 것 등이 있다. 아마도 한두 가지만 강력하게 시행해도 중국은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도 미국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중국에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다. 최근 논란이 일었던 소위 3 NO(사드 추가 배치, 미국 MD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배제)가 그것이다.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반응을 두려워해 미리 포기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현명하지 못하다. 북핵은 우리에게는 생존의 문제이지만, 중국에는 전략적 유불리에 불과하다. 우리가 결기를 갖고 중국이 아파하는 부분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셋째, 이런 조치에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한·미 연합으로 군사적 옵션을 쓸 수 있음을 믿게 해 주어야 한다. 사실 지금 시점에서 군사적 옵션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심리전이기 때문에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미가 엇박자를 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북핵 해결을 위한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승부가 임박했다는 의미이다. 사즉생(死則生)의 각오와 한·미 동맹의 진가가 합쳐지면 우리에게 북핵 폐기라는 승리와 한반도 평화를 함께 가져다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2/2017112203342.html

조선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  Tel : (02)724-6650,6523  |  E-mail : nkchosun@chosun.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SITE_MANAGER
Copyright © 2013 NK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