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열린 JSA 귀순 북한 병사 2차 수술결과 및 환자 상태에 대한 브리핑에서 이국종 교수가 병사 배에서 나온 기생충 제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외과 의사 경력 20년 만에 이렇게 큰 기생충을 본 건 처음.” “첫날 눈에 띄는 기생충만 해도 50마리 이상.”
‘JSA 귀순 북한 병사’의 총상을 치료하고 있는 수원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치료 전문의 이국종 교수가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교수는 “병사 몸에서 발견된 가장 큰 기생충은 길이가 27㎝”라며 “회충의 성충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디테일추적>은 ‘기생충 전문가’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대한기생충학·열대의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영하 충남대 의대 교수에게 북한 병사 사례에 대해 물었다.

-이국종 교수가 북한군 병사 기생충 케이스는 “난생 처음 봤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정말 이런 일이 극히 드문가.
이영하 교수: “간혹 있다. 우리 병원에서도 한 달에 한 명 정도 기생충 환자를 본다. 요즘이야 드물지만, 한국은 6·25 전쟁 이후 위생 상태가 열악해 수십년 간 회충 문제가 심각했다. 1950년대 말 미군 군의관이 한국군 환자 장에서 양동이가 가득 찰 정도로 많은 회충을 매일 빼냈다는 기록도 있고, 1960년대엔 회충 1063마리가 소장을 꽉 막는 바람에 숨진 9세 여아 사고도 있었다. 당시 이 사건이 ‘해외토픽’ 뉴스로 전세계에 보도되면서, 정부가 기생충 박멸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서민 교수: “이국종 교수 연배(48세)라면 기생충을 한번쯤 보셨을 것 같은데, 처음이라니 의외이긴 하다. 한국에도 1990년대까지 기생충이 좀 있었고, 1960~7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다들 익숙할 것이다. 국민 80~90% 가까이 기생충에 감염됐던 시절이었으니까. 북한군 병사에게 발견된 ‘기생충’ 감염 사실은, 그만큼 북한 상황이 한국의 1970년대 상황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요즘도 간혹 발견된다는 기생충은 북한군 병사에게서 나온 기생충과 다른가.
이영하 교수: “현재 한국에선 대부분 민물고기를 먹고 ‘간흡충’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된다. 북한은 ‘인분 비료’ 때문에 기생충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 기생충 알이 채소나 먼지, 손을 통해 입으로 들어온다. 예전에 중국산 김치에서 회충 알이 나왔던 사건이 있지 않았나. 인분 비료를 쓴 배추에 묻어있던 알이 김치 생산 과정에 들어간 것이다. 이처럼 ‘토양 매개성’ 기생충은 사람 대변에서 나온게 땅에 떨어져 분화를 거쳐 입으로 들어온다.”

서민 교수: “국내에선 현재 ‘생선회’ 잘못먹고 걸리는 기생충이 많은데, 감염율이 2% 정도로 낮아진 상태다. 이 ‘간흡충’은 크기도 작고, 위협적이진 않다. 국내에서 유행하는 ‘유기농 채소’ 때문에 기생충 감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주장도 있지만, 유기농 채소는 인분이 아니라 돼지 똥으로 비료를 주기 때문에 기생충 감염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어떤 보도에선 북한군 병사가 ‘고급 지휘관’으로 경제적으로 풍족했다고 하는데, 그의 처지와 관계없이 사람의 대변을 비료로 쓰는 나라에서 기생충 감염은 흔하게 발생한다. 또 다른 가능성은 북한 상·하수도 시설이 부실하고 위생이 좋지 않아서 수돗물을 통해 감염되었을 수도 있다.”

단국대 의대 김석배 교수는 2014년 탈북 여성 17명에 대해 대장 내시경 및 대변 검사를 실시, 이 중 7명이 기생충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경기 안성과 강원 화천에 있는 ‘하나원’이 단국대병원과 진료 협약을 맺고 있어서 탈북자 건강상태를 조사할 기회가 많다”며 “당시 조사 결과 6명은 편충, 1명은 간흡충에 감염돼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군 병사는 신장이 170cm에 몸무게가 60㎏ 정도로 작은 체격이었다고 하는데, 뱃 속에서 발견된 회충(27cm)은 왜 이렇게 큰 가.
서민 교수: “원래 회충 암컷 평균 길이가 25cm 정도다. 그러니까 이게 크기가 큰 회충이라고 보긴 어렵다. 병사가 170cm에 60㎏로 말랐다면, 회충 때문에 영양 실조에 걸렸을 가능성도 있긴 하다.”

이영하 교수: “이런 비유를 하긴 좀 그렇지만 깡마른 사람이 임신을 해도 뱃속 아기는 잘 크지 않나. 회충은 몸에 들어오는 영양분을 흡수하며 큰다. 27cm라고 하니 수개월동안 자랐을 것으로 보인다. 너무 늙은 회충은 몸 밖으로 빠져나와 죽는다.”

-북한군 병사에게 ‘구충제’를 먹여야 하는데, 현재 입으로 투여할 수 없어서 딱히 손 쓸 방법이 없다는데.
서민 교수: “구충제 말고는 손 쓸 방법이 없다라기보단, 구충제가 회충에 손쉽게 잘 듣는 약이다. 만약 병사가 상태가 괜찮았으면, 구충제를 먹이고 이틀만 기다려서 회충을 없앤 후 수술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위급 환자이다보니 바로 수술에 들어가느라 그렇게 된 것 같다. 북한군 병사가 현재 몸이 쇠약한 상태고, 수술 도중 다른 부위에 회충과 분비물이 들어가면 안되기 때문에 이국종 교수가 애로사항이 있었을 것 같다.”

이영하 교수: “구충제를 못쓴 대신, 이 교수가 수술을 집도할 때 직접 손으로 기생충을 다 잡아내는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회충은 지렁이처럼 생겼지만, 근육질이라 지렁이보다 훨씬 운동성이 좋고 빠르다. 작은 알이나 소장 아랫쪽 편충을 모두 빼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남아 있어서, 상태가 호전되면 구충제를 투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병사 장에서 발견된 회충보다는, 오히려 장에 남아있던 인분의 세균이 더 문제다.”

-회충을 별로 징그럽거나 위협적이라고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은데. 연구 과정에서 직접 기생충을 몸에 집어 넣은 기생충학자들도 있다고 하는데 정말인가.
서민 교수: “나도 과거에 ‘동양안충’이라는 눈에 사는 기생충을 연구하다, 개(dog)에게 실험을 하는데 벌레가 잘 성장하지 않아서 홧김에 내 눈에 넣은 적이 있었다. 다만 내 눈이 그리 크지 않은 관계로 실패했다. 엄기선 충북대 의대 교수는 돼지 5000여마리 간과 내장을 뒤진 끝에 희귀한 촌충 유충을 발견하고, 직접 삼킨 뒤 75일 동안 3m 가까이 몸 속에서 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생충이 ‘비주얼’이 안 좋아서 그렇지, 엄청나게 위협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다. 만약 치명적인 벌레라면 학자들이 직접 자기 몸에 키우려고 들지 않았을 거다. 한 때 살을 빼기 위해 일부러 기생충을 몸 속에 키우는 다이어트 요법도 나온 적이 있었다. 다만 벌레가 실제로 먹는 영양소가 많지 않아서 큰 효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하 교수: “그런가. 회충에 감염되면, 배가 부르고 ‘소화 불량’ 같은 각종 소화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북한군 병사는 또 평소 몸이 나른한 증상이 있었을 것이다. 구충제를 잘 섭취하면 기생충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17/20171117016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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