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수술 끝낸 이국종 "총알 한 발 제거 뒤 복부 봉합"]

"최대 27㎝ 기생충 수십 마리… 20년 의사 생활하며 처음 봐… 구충제 못먹여 다른 방안 고민"
배안엔 소량의 옥수수 알갱이만… 열악한 보건·영양 상태 드러내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하다 북한군의 총격에 부상을 입고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북한군 병사에 대한 2차 수술이 15일 진행됐다. 특히 작은 체격을 가진 이 병사의 배 속에서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 만큼 많은 기생충에다 옥수수 알갱이가 발견돼 열악한 보건체계와 불량한 영양 상태를 짐작하게 했다.

이날 수술은 이국종 교수가 오전 9시 40분부터 3시간 30분 동안 집도했다. 수술이 끝난 병사는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소변의 양이나 혈압 등을 보면 호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교수는 수술을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1차 수술에서 열었던 복부를 통해 손상된 조직은 절제하고 복벽에 남아있던 총알 한 발을 제거한 뒤 봉합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15일 수원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려다 총상을 입은 북한군에 대해 2차 수술을 한 후 환자 상태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15일 수원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려다 총상을 입은 북한군에 대해 2차 수술을 한 후 환자 상태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우리나라 사람에게 나오지 않는 기생충이 발견됐다. 기생충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고 했다. /연합뉴스

이 교수는 "처음 수술이 진행될 때부터 복강 내 분변, 기생충에 의한 오염이 매우 심한 상태여서 향후 합병증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도 밝혔다. 이 병사의 파열된 소장 내부에서는 큰 것은 길이 27㎝에 이르는 수십 마리의 기생충이 발견됐다. 가장 큰 것은 회충의 성충으로 추정됐다. 또 수술 과정에서 손상된 내장에서 기생충이 계속 뚫고 나와 분변과 섞여 오염을 일으켜 애를 먹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기생충이 발견됐다"며 "외과의사로서 20년 동안 볼 수 없었고,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기생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웬만큼 방역시스템이 갖춰져 이러한 기생충이 발견되기 어렵다"며 "발견된 기생충은 모두 제거했으나, 기생충 감염이 생기면 치명적인 합병증이 유발되기 때문에 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병사는 구강으로는 기생충 치료제를 먹지 못하기 때문에 기생충을 죽일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이 교수는 밝혔다. 복부를 봉합한 상태여서 상처 부위에 약을 뿌리기도 어렵고, 외국 논문을 통해 찾아낸, 주사로 혈관에 직접 약을 넣는 방법은 이론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대로 추정되는 이 병사는 키 170㎝ 정도에 몸무게 60㎏가량으로 우리나라 성인 남성과 비교했을 때 작고 마른 체형이었다. 우리나라 고3 남학생의 지난해 평균 키(173.5㎝)와 몸무게(70㎏)에 미치지 못했다. 소장의 길이도 1m60㎝로 한국 남성의 평균치인 2m와 비교해 짧았다. 짧은 장 증후군은 복통, 설사, 탈수, 체중 감소, 무기력 등의 증상과 더불어 영양 결핍도 유발한다.

이 교수는 "짧은 소장 길이로 인해 소화 기능이 온전치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소장에서 발견된 음식물이 변에 가깝게 굳어 있었는데 섭식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고 실제로 영양 상태도 불량하다"고 말했다. 이 병사의 복강에서는 분변과 함께 소량의 음식물도 나왔으나 대부분 옥수수 알갱이로 나타났다.

북한군 병사는 이처럼 평소 열악한 건강 상태에서 총상으로 1.5L의 피까지 쏟아내고 쇼크 상태가 길어 일반적인 외상 환자보다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병사의 과거 병력을 알 수 없고, 영양도 불량한 상태여서 알 수 없는 감염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며 "나쁜 요소가 워낙 많은 상황이지만 첫 수술 후 열흘 정도 지나야 생명의 위독 수준 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3시 31분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병사는 군사분계선(MDL) 남측으로 50여m 떨어진 지점에서 복부와 우측 골반 부위, 양팔, 다리 등에 5곳 이상의 총상을 입고 우리 군에 의해 구출됐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16/20171116001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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