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캡처


탈북하려던 아내와 4세 아들이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될 위기에 처하자 앞서 탈북에 성공한 남편이 "자유의 나라 한국으로 이들을 보내달라"고 중국과 미국에 호소했다.

11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은 "자신을 '리(Lee)'라고만 밝힌 남성이 탄원 내용을 비디오 메시지에 담아 BBC에 보냈다"면서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리씨와 그의 아내, 아들이 함께있던 시절 찍은 것이다.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됐다. 리씨는 2015년 탈북에 성공해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리씨의 아내와 4세 아들은 지난 4일 탈북을 시도하다 중국 선양에서 공안에 체포된 북한 주민 10명 중 일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씨 가족이 포함된 4명은 지난 4일 오후 1시쯤 중국 선양 은신처를 떠나 제3국으로 출발했으나 오후 5시쯤 현지 공안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때까지 은신처에 남아있던 탈북자 6명은 다른 은신처로 몸을 옮기려 했지만, 그들이 찾아간 곳엔 이미 중국 공안이 기다리고 있었다.

리씨는 "아내와 아들이 북송되면 사형을 당하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 죽도록 고생하게 될 것"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 아이를 손주라고 생각하고 자유의 나라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이어 "제발 우리를 도와달라", "아버지로서 두 정상에게 내 가족을 도와달라고 빈다"며 수차례 도움을 호소했다.

리씨는 아들이 감옥에 갇혀있는 내용의 악몽에도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이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게 들리는 것 같다"며 "아이가 차가운 감옥에 갇혀 아버지를 부르며 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씨 가족이 한국으로 무사히 들어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앞서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중국에서 붙잡힌 탈북자에 대한 질문을 받자 "구체적인 관련 상황은 모른다"며 "중국은 국내법과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유관 문제를 처리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다"며 원론적 언급을 내놨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지난 7~9월에만 탈북자를 최대 49명 적발하는 등 북중 국경에서 탈북자 단속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 3개월간 탈북자 9명은 강제 북송됐다.

그러나 이날 베트남 다낭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이 참석한 양국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이들 문제가 논의된 것은 희망적이다. 한국 측은 탈북자들이 체포된 사실을 주 선양 총영사관이 사실 확인에 나선 점을 언급하는 한편, 한국행 의사가 있는 탈북자에 대해선 한국정부가 신병을 인계받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에 중국 측은 "알아보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 로버트슨 HRW 아시아 부국장은 "전 세계에 있는 탈북자와 그 가족들은 국제 사회의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북송될 탈북자들은 고문, 강제 노동, 성착취 등 위기에 처할 수 있는 만큼, 각국 정부와 유엔은 중국이 탈북자 북송을 중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12/2017111201689.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