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美정상 맞이 극과 극]

오늘 열릴 靑 앞 반미집회 허가… 트럼프 숙소 인근 행진은 묵인
美대사관 옆 미신고 집회 예고

日 '트럼프 동선' 삼엄한 검문·검색
시민단체도 "訪日기간 집회 안해"
 

6일 오후 일본 도쿄 미나토구 아카사카 영빈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만찬을 했다. 주변엔 기관총을 멘 무장 경찰 400여 명이 10m 간격으로 서 만찬장을 감싸고 있었다. 공중에선 경찰 헬기가 경계 활동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문 도쿄 지요다구 제국호텔 앞에도 특수기동대 차량 40여 대가 지나가는 차량의 트렁크와 하부를 일일이 검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숙소와 영빈관 등을 오가는 동안 주변에서 시위대를 찾기 어려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하루 앞둔 6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평화협정행동연대 소속 회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의 美대사관 앞에선 "미친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하루 앞둔 6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평화협정행동연대 소속 회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지호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찾는 7~8일 서울 도심에선 다른 모습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민노총 등 220여 단체가 만든 'NO 트럼프 공동행동'이 트럼프 대통령 동선(動線)을 따라 반미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6일 "일부 집회와 관련해서는 대단히 심각한 외교적 결례까지 이를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국빈과 국민 안전에 위협이 되는 행위는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반미 시위는 청와대에서 100m, 미국 대사관에서 10m, 숙소에서 300m 떨어진 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너무 다른 한·일 트럼프 방문 풍경

7일 오후 3시 공동행동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주민센터 인근 126맨션 앞에서 1000여 명이 모여 반미 집회를 연다. 반미 단체 '평화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이 같은 장소에서 주최하는 반미 시위에도 100여 명이 모인다.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도 평통사와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가 집회를 연다. 당초 경찰은 불허했으나, 법원이 6일 허가했다. 결국 청와대로부터 직선거리로 100m 지점에서 4개의 반미 집회가 열리는 것이다. "시위대가 외치는 반미 구호가 청와대까지 들리겠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의 집회·시위 관련 법률과 경찰 대응 방침 비교

공동행동 측은 이날 저녁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해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 촛불' 집회를 열기로 했다. 같은 시각 광화문광장에는 서울시 주최 '6월 민주항쟁 30주년 기념 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경찰은 공동행동 측이 이 행사에 합류해 촛불 집회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행사장은 주한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불과 10m 떨어져 있다. 공동행동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머무는 숙소로 행진하는 것도 계획 중이다. 지하철 역 두 곳에 각각 500명씩 모인 뒤 숙소에서 300m쯤 떨어진 지점까지 갈 예정이다. 경찰은 "호텔 정문 쪽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시위대가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별도의 금지 통고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트럼프 방문 기간 반전(反戰) 시위가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숙소인 도쿄 지요다구 제국호텔에서 차로 20분가량 떨어진 시부야의 한 공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장이나 이동하는 거리 주변엔 시위가 없었다. 일본 경시청 관계자는 "정확한 집회 신청 현황은 밝히기 어렵지만, (들어왔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 동선과 겹칠 수 있는 호텔·영빈관 주변 집회는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경찰은 안전에 위협이 있으면 집회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를 알기에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장 주변에 집회를 신청한 단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경시청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이나 신변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집회를 허용한 것"이라고 했다.

시위, 韓 "신고제" 日 "허가제"
 
오늘 열릴 트럼프 관련 반미 집회

한국은 집회·시위를 '신고제'로 운영 중이다. 요건을 갖춘 이상, 신고한 집회는 허용한다는 것이다. 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청와대·국회·법원 등 국가 중요 기관의 경계 지점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집회나 시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경찰은 대규모 집회의 경우 국가 중요 시설 인근 200~ 1000m 지점까지도 "경호와 공공기관 보호" 등을 이유로 자체적으로 '집회 절대 금지 구역'으로 설정해 집회를 불허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촛불 집회 때부터 경찰은 기조를 바꿔 청와대 인근 100m 지점까지 시위를 허용하고 있다. 이번 트럼프 방한 때도 이런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반면 일본 경시청은 집회에 대해 '허가제'를 운영 중이다. 72시간 전에 집회를 하겠다고 신청하면 경시청이 교통 상황과 관공서 업무 방해 가능성을 판단해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 외국 정상(頂上) 방문 같은 특수한 경우, 일본 경찰은 통상 안전 문제를 고려해 도쿄 내 주요 시설 등에 집회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그가 묵는 호텔과 동선 주변에서는 집회 허가가 나지 않았다. 일본 시민단체 '헌법 보호·살리기 공동센터'는 지난 3~4일 일본 헌법 9조 개정과 전쟁에 반대 하는 집회를 도쿄에서 열었다. 센터 측은 "트럼프 대통령 방문 기간에 미국 대사관이나 총리 관저 주변에서 집회 여는 것은 허가가 안 나기 때문에 일찍 집회를 했다"고 했다. 좌우 성향을 떠나서 평소 집회 시위를 열던 단체들도 트럼프 대통령 방문 기간에는 거의 모습을 감췄다. 집회 허가가 나지 않을뿐더러 세간의 관심이 몰리는 상황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7/20171107001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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