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한 호텔에 마련된 백악관 순방 기자단 브리핑룸. /도쿄=조의준 특파원


워싱턴을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적(敵)에 대한 환상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對北)관을 보면 특히 잘 드러난다. 6·25를 비롯해 수많은 전쟁을 거쳤고, 지금도 중동 등 전 세계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의 냉철한 안보 의식은 반드시 배워야 한다.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5일 저녁 일본의 한 호텔에서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 아시아 순방 첫날 브리핑에서 방문의 목적으로 “첫째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지를 강화하고, 둘째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 구축, 셋째로 미국 번영의 증진”을 꼽았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 “북한이 핵을 손에 넣으려는 것은 현재 한반도의 힘의 균형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그들은 이 무기를 통해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 한다”고 했다.

이어 “(미국 등 서방) 언론이 북한 스스로 말한 것을 잘 반영하지 않고 있는데, 목표는 한반도의 통일”이라며 “이 핵은 근본적으로 남한과 통일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요코타 공군기지에서 병사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하자는 것은 “한국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란 뜻이다. 이는 한국의 여권이 “북핵은 체제유지의 수단”이라고 인식하는 것과 상당한 차이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주장하는 “북한이 핵보유 목표는 주한미군 철수와 이에 따른 한국 체제 붕괴”라는 인식과 거의 같다.

그는 또 북한 납북자 문제에 대해 “최근 한 언론인이 ‘북한을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체주의 국가’라고 묘사했는데, 이것은 (북한에 대한) 과대평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은 그의 관심을 (북한 인권으로) 돌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북한의 비행기 폭파 테러, 납치, (군사) 공격 등의 피해자를 만나려면 한평생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5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 총리와 도쿄 긴자의 철판구이 전문점 '우카이테이'에서 와규 스테이크와 새우구이 등으로 만찬을 하기 전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안보와 세계 주도권에 집착하는 모습은 어떨 땐 좀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인도·태평양이란 용어를 쓰고 인도·일본·호주 등과의 관계 를 강조하는 것이 중국 견제가 아니냐”란 취지의 질문에 “미국은 건국 초기(dawn)부터 인도·태평양 국가였다”라고 했다.

미 동부 13개 주의 독립선언으로 시작된 ‘미국’이 갑자기 건국 초부터 태평양 국가가 된 것이다. 그는 또 “미국의 안보와 번영은 이 지역에 자유무역을 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렸다. 왜냐면 미국은 태평양 국가니까”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6/20171106004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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