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이 20일(현지 시각) 외무성 산하 '미국연구소' 소장 직함으로 러시아 모스크바 비확산회의 '동북아 안보'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미국과 물밑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 북한 당국자를 통해 확인됐다.

일본 TBS, 아사히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 국장은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비공개 연설에서 "북미 간 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해당 강연에 참석한 영국인 학생 등을 인터뷰한 내용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북한 당국자가 북미 간 물밑 대화 시도를 처음 확인한 셈이지만, 어디서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인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북미 접촉은 미국과의 협상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최 국장의 채널, 북한의 유엔 대표부를 통한 뉴욕 채널, 반관반민 형식의 1.5 트랙 등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강연은 대학 측의 초청으로 오전 9시부터 시작했다. 강연은 기자회견·녹음·사진 촬영이 모두 금지되고 철저한 통제 아래 진행돼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최 국장의 발언은 지난 20일 비확산 국제회의에서 내놓은 북한의 입장을 그대로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

최 국장이 핵비확산 국제회의 참석차 머물고 있는 모스크바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찾은 건 국제 사회에서 북한의 입장을 더 적극적으로 내놓으면서 외교적 고립을 해소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아사히 신문은 최 국장이 22일 오전 회견에서 내놓은 입장을 근거로 "북한은 미국에 (외교적)초점을 맞추고 있고, 일본에는 냉담한 입장이며,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결정한 한국 정부와는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고 분석했다.

아사히는 최 국장이 한국 정부와의 접촉을 묻는 질문에는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했지만 "인사는 했다"며 우호적 기류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에 대해선 "내가 식사할 때 몰래 와서 접촉을 시도하더라"라는 식으로 다소 비꼬는 표현을 썼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24/20171024015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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